미국의 대 중공 군사원조 검토 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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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소·중공 관계의 악화에 따라 『미국과 중공의 군사적 제휴가 가능하며 또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데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같은 가상적 논의는 미국의 「슐레진저」 전 국방장관이 최근 자신의 임기 중 대 중공 군수지원을 고려했었다는 발언으로 절정에 달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의원방문단은 중공을 돌아보고 온 다음 가진 회견에서 북경 지도층은 그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런 반면, 일본의 어떤 신문은 미국이 이미 중공에 군사기술 원조를 제공하기 위해 한· 일 두 나라의 의사를 타진했다는 보도를 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작년 6월께 이미 미국의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지는 중공이 미국에 F16기의 구입을 신청했다는 보도를 흘려보냄으로써 무언가 심상찮은 움직임이 있는 것처럼 느끼게 했었다.
뿐더러「홍콩」의 성도일보 역시 중공이 핵 공격에 대한 조기 경보망을 사들이고자 미국의 어떤 회사와 상담을 진행중이라는 보도를 전한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들만으로 모든 것을 속단하기는 이르다. 등소평을 정점으로 하는 이른바 유무기론자들이 일거에 몰락했을 뿐 아니라 작년 8월이래 대소 국방논쟁이 있어 그들의 유무기론과 핵무기 우선론이 상해파의 정치우선론과 「인민전쟁론」에 줄곧 견제를 받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8월 양효와 안묘라는 친 모택동 파 이론가들은 임호가 핵 대국 소련에 투항했다고 규탄하면서 그의 핵무기 중지론을 비판하고, 국방전쟁은 「인민전쟁」이 기본이 되어야한다고 주장했었다. 아울러 장향산이란 사람도 소련의 핵 공격을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경향을 비판했다. 이러한 주장들은 또한 군 근대화의 필요성과 그를 위한 외국기술 도입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은 반드시 자력개발을 원칙으로 해야함을 밝히고 있었다.
한마디로 작년 8월의 국방논쟁은 소련의 군사력증강으로 인해 미·소에 의한 세계대전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단언하고서, 그에 대한 중공의 대응 자세는 유무기주의 보다는 모택동 식 「혁명외교」와 「인민전쟁」방식, 그리고 군수산업보다는 일반산업치중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으로 결말이 났다.
이렇게 볼 때 중공은 대소전략에 있어 대내적으로는 「인민전쟁」방식의 정치 우선을 채택하고,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대소 강경 자세를 유도하는 『외교수단의 활용』을 선택하지 않았나 생각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공이 이 시점에서 굳이 미국의 군사기술 원조를 받아들여 그 자신의 군 근대화를 가속화하리라는 가설을 전폭적으로 수긍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소련이야말로 세계대전의 근원이라고 간주하면서, 지중해와 「아프리카」와 「포르투갈」·동남아에 이르기까지의 「크렘린」의 팽창주의를 어떻게든 막아야 하겠다는 필요성에 있어서 만은 북경과 미국의 「데탕트」 경계론자들은 일치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우리의 입장에서는 아직까지 미·중공의 본격적인 군사적 제휴만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본다.
우리의 경우, 중공의 군사적 비대화는 곧 북괴의 이득이라는 등식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또 소련 극동 군사력의 경쟁적인 증강을 유발하여 한·일 두 나라에 역효과를 초래하기가 쉽다.
미국 정책수립가들의 신중한 배려를 당부해 두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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