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운하 입찰 담합 991억원 과징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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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대형 건설사들이 정부를 속이고 사전에 짠 각본에 따라 공사를 나눠 먹는 입찰 담합을 경인운하 사업에서도 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이들 기업에 10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인운하 사업에서 미리 공구를 분할해 입찰하고 서로 들러리를 서주는 방식으로 담합한 13개 건설사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11개사에 총 99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과징금 규모가 가장 큰 곳은 대우건설로 164억4500만원이다. SK건설과 대림산업이 각각 149억5000만원, 현대건설이 133억9400만원, 삼성물산이 84억9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현대엠코와 GS건설·현대산업개발·동아산업개발·동부건설·한라 역시 21억~75억원의 과징금을 내게 됐다.

 공정위는 법 위반 정도가 큰 대우·SK·대림·현대·삼성·GS·현대산업·동부·남양 등 9개사에 대해서는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 기업 가운데 담합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된 기업에 대해서는 전·현직 임원들에 대해서도 고발 조치해 처벌의 실효성을 높였다. 고발된 임원은 모두 5명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2008년 말 경인운하사업이 민자사업에서 정부재정사업으로 전환되자 경쟁사가 참여하는 공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피해가는 방식으로 담합을 해왔다. 전체 6개 공구 중 4개 공구를 6개 대형건설사가 나눠 먹기로 공구 분할에 합의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이를 위해 6대 건설사들 영업부장 및 토목 담당 임원은 서로 연락을 통해 공구를 사전에 결정했다. 서울 강남의 식당에서 직접 만나 담합을 논의하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SK건설이 약속과 달리 6공구 입찰에 참여하면서 내부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이런 혼란 끝에 1공구는 현대엠코가 들러리를 선 현대건설이, 2공구는 한라가 들러리를 서고 삼성물산이, 3공구는 동아건설이 들러리를 서고 GS건설이, 4공구는 남양건설이 들러리를 서고 동부건설이 입찰을 따내는 식으로 담합이 이뤄졌다. 5공구는 현대산업개발이, 6공구는 SK건설이 낙찰을 받았다.

 공정위는 앞서 4대 강 사업 1차 턴키공사, 인천도시철도 2호선 공사, 대구도시철도 3호선 공사에서도 담합을 적발해 400억~1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신영호 공정위 카르텔총괄과장은 “앞으로도 공정경쟁 질서를 해치고 정부예산 낭비를 초래하는 공공입찰담합에 대해서는 엄중히 제재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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