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3월] 이달의 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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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꽃망울이 도처에서 부풀고 있다. 꽃들은 해마다 같은 이름으로 때맞춰 피건만, 매번 다른 모습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새로운 봄을 맞고, 새로운 시조도 만나게 되는 것일 게다.

이 달의 장원에 '나무의 일기'를 뽑는다. 이 작품은 형식과 내용의 조화가 돋보이는 가작으로, 앞의 두 수에 펼친 상을 셋째 수에 모아 완결하는 구성 능력이 탁월하다.

각 장의 독립적이면서도 유기적인 운용이 긴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종결어미의 반복을 단조롭지 않게 넘어가는 감각도 있다. 또한 종장에 아우르는 사유의 깊이와 그로 인한 긴 여운도 이 작품이 지닌 장점이다.

차상 '리모컨'에서는 참신한 발상과 언어 감각을 높이 산다. 리모컨 하나로 순간순간 바꾸는 이미지의 세계에 사로잡혀 사는 현대의 단면을 잘 잡아내고 있다.

이를 단수에 밀도 있게 응집한 데서 이 학생의 만만치 않은 역량이 짐작된다. 다른 6편도 나름의 시조 문법을 지니고 있는데, 간혹 보이는 추상적 표현을 좀 더 구체화시키면 좋은 작품을 쓸 것 같다.

차하 '아집'에서는 자아 탐색의 개성과 시적 단련을 볼 수 있다. 함께 보내온 2편도 흔치 않은 소재를 견고한 구조에 담아내는 능력을 보여준다.

그런데 생경한 언어 혹은 전문용어가 비유나 상징을 통해 작품 속에 녹아들지 못하고 노출되는 아쉬움이 종종 있다. 이런 점에 유의한다면 개성 있는 시조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 외 많은 응모작이 다시금 '시조의 힘'을 생각케 한다. 시조는 정형시라는 특성으로 인해 자칫 정태적 관념에 머물 우려가 많다.

그러나 이 세계를 늘 새롭게 읽는 자세를 지닌다면, 누구든 원하는 새로운 시조를 얻을 것이다. 기존의 세계에 안주하지 않고 부단히 새로움을 찾아 나아가는 응모자들의 걸음에 시조의 미래가 듬직하다.

심사위원:박시교.정수자

*** 중앙 시조 백일장은 시조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습니다. 등단하지 않은 신인이면 응모 가능하며 응모 편수는 1편 이상입니다. 한 해 동안 매 월말 장원과 차상.차하에 뽑힌 분을 대상으로 12월에 연말 장원을 가립니다.

▶보내실 곳:서울 중구 순화동 7 중앙일보 편집국 문화부 중앙 시조 백일장 담당자 앞(우:100-759). 팩스(02-751-5598)로 보내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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