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화시킨 국문학연구 도남 조윤제 선생의 유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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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도남 조윤제 선생은 한국문학의 연구를 어엿한 학문으로 확립시킨 선구자이며, 국문학의 많은 새 자료를 발굴하고, 그의 주석과 문학적 가치, 그리고 연구방법을 제시하여 후학들에게 탄탄한 대로를 터준 개척자이시다.
선생의 우람한 체구, 노도 같은 패기, 불굴의 지조, 넘쳐흐르는 학문적 정열은 이제 직접 대할 수가 없게 되었다. 민족문학의 거성이요, 우리의 사표이신 선생을 잃은 지금 마음은 설레고, 붓은 떨릴 뿐이다.
경술년의 국치이후 정치인은 마음에 칼을 품고 치열한 투쟁을 하고, 문필가는 붓을 들고 문화앙양에 노력할 때에 선생께서는 민족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우리의 고전연구에 발을 들여놓으셨다.
이는 그의 불후의 저서인 『국문학사』서문에서 밝히신 바 있다(1948). 선생의 학문연구는 곧 구국·광복을 위한 애국충정에서 출발해서 급기야 민족사관의 확립을 이룩했던 것이다.
1931년에는 민족정서를 알뜰히 담은 시조연구에 전념하시어 중후한 논문을 발표하셨고, 드디어 37년에는 『조선시가사강』이란 거저를 내놓으셨는데 이는 우리의 시가사의 첫 업적이었다.
그후 39년에는 『춘향부리본고』를 발표해 원전비판의 새 방법을 처음으로 제시하셨다.
48년에는 『조선시가의 연구』란 저서를 출판하셨다. 이 역시 우리 문학의 양식별의 고찰로서는 첫 사업이었던 것.
이와 같이 분야별의 연구를 계속하시다가 드디어 국문학의 총 본산이라고 일컬을 수 있는 『국문학사』를 쓰셨는데 이는 실로 전인미답의 황무지에서 잡초를 제치고 나무뿌리를 뽑으며 피와 땀으로 일구어 놓은 큰 작업이었다. 이 명서가 기반이 되고 기둥이 되어 한국문학의 연구는 본궤도에 오르게되었다.
선생께서는 국문학을 하나의 생명체로 파악하여 그를 체계화했고, 그 내면에는 「은근」과 「끈기」라는 우리 고유의 정신적 힘이 흐르고 있다고 보셨던 것이다. 「은근」과 「끈기」있는 선생님의 학풍을 이어받은 우리문하생들은 계속 이 길을 매진할 것을 여기 다짐하는 바이오니 선생님! 부디 명목하시라. 【장덕순(국문학· 서울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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