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지역 성장둔화|ESCAP 75년차 보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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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6년 ESCAP(「유엔」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 위원회) 연차총회가 3월24일부터「타이」수도「방콕」에서 열리고 있다. 총회에 앞서 ESCAP사무국은「75년 연차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를 요약, 소개한다. ESCAP은「유엔」산하기구로서 ECAFE(「아시아」극동경제위원회)가 확대, 발전된 것이다. <편집자주>
75년 중 역내국가의 대부분이 세계적 불황의 여파로 심각한 경제타격을 받아 평균성장률은 6%를 하회했다. 특히 인도는 2.0%, 「파키스탄」은 2.6%, 「스리랑카」는 3.4%, 「아프가니스탄」은 5.3%에 그쳤다. 비교적 고성장한 나라는「이란」(15.0%), 한국(7.0%), 「필리핀」·태국(6.0%) 뿐이다.
75년의 전반적인 경제침체에도 불구하고 농업생산만은 착실히 늘어 쌀은 6.3%, 밀은 7.7%, 옥수수는 3.6%가 증산됐다.
농업생산의 증가는 세계적 불황으로 인한 경제적「쇼크」를 완화해 주는데 큰 기여를 했으며 이는「아시아」지역의 개발전략 중 농업부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농업부문과 대조적으로 공업생산은 매우 저조했다.
공업생산의 침체는 세계적 불황으로 수출수요가 준데다 외환핍박으로 인한 원자재 및 자본재 부족이 겹쳤기 때문이다.
역내 여러 나라의 제조업은 세계 경기동향에 결정적으로 좌우된다는 약점이 이번 세계적 불황을 통해 확연히 드러났다.
때문에 앞으로의 공업전략은 국내경제, 특히 농촌경제와의 유대를 강화하고 노동의 집약성을 높이며 사회·경제적 공정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해야한다.
75년엔 자본형성 면에서도 후퇴를 면치 못했다.
역내주요개발도상국의 평균저축율은 70년의 18.6%에서 73년에 18.0%로 올라갔다가 74년에 다시 16.2%로 떨어졌다. 그러나 총투자율은 70년의 18.6%에서 74년엔 19.5%로 상승했는데 이는 외국직접투자와 단기차입의 증가에 기인된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경제성장을 계속하려면 외국자본을 대량으로 도입해야할 것이다.
역내국가의 대부분이 75년 중에 국제수지 면에서도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개발도상국의 무역적자는 73년의 41억1천5백만「달러」에서 74년 44억3천3백만「달러」, 75년 1백억5천9백만「달러」등으로 급증 일로에 있다. 무역적자누증의 중요원인은 ①세계적인 식량가격의 상승 ②선진국으로부터의 수입가격 앙등 ③석유가격의 폭등 등이다. 이러한 수입가격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1차 산품의 수출가격은 오히려 떨어져 교역조건은 악화되고있다.
76년도의 경제현황은 농업생산의 증가에 힘입어 경기상승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인플레」의 만연·외채상환부담의 압박·수출경쟁력 증가의 한계 등이 애로가 되고있다.
ESCAP지역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소농층」문제이다. 앞으로 성공적인 개발전략의 수행을 위해선 사회적 공정이 먼저 보장되어야하고 이는 바로 소농층의 문제와 직결된다.
역내인구의 큰 비장을 점하고있는 소농층의 복지향상 없이는 경제개발에 대한 범국민적「콘센서스」나 정치적·사회적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소농층의 복지향상을 위해선 농업에 대한 기술적 지원강화, 시장기구의 개혁, 금융혜택의 확대가 소망스럽다.
또 반봉건토지소유제의 폐지·소작료의 경감·소작농민에 대한 토지분배도 필요하며 토지개혁은 사회적 공정이나 정치적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의 지속화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또 소농층의 복지향상을 통한 개발계획에의 참가는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것이 주가 돼야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농층 자신의 자력 갱생노력이다.
소농층의 지위향상을 위한 여러 개혁은 권력을 가진 다수의 사람들에겐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소농층이 자국의 개발과정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결국은 힘에 의한 급변이나 억압적인 전제정권을 초래할 가능성이 많음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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