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서울전 분지에 바쁜 이응노 화백 동서조화미의 극치 보여 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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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양화와 서예를 바탕으로 현대적 추상을 시도하는 재불 이응노 화백은 오는 5월 신세계미술관에서 갖는 2차 서울개인전에서 동·서의 완전한 조화미의 극치를 보여줄 것 같다. 지난 2월3일부터 20일간 「뉴욕」의 「아라스」화랑에서 미국전을 가져 이른바 동양적 추상의 독특한 경지를 과시한 이 화백은 이어 2월24일에는 「파리」에서 「퐁피두」 전 대통령의 유지를 이어 지은 『「퐁피두」예술 문화 국립「센터」』에도 초대받았다.
이 화백의 근황은 상오 5시부터 밤12시까지 서울전을 위한 작품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뿐-. 「프랑스」정부가 마련해 준 「파리」 20구의 「아틀리에」에는 한문과 한글의 서예와 사군자와 죽을 비롯한 동양화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그의 서예는 글씨 자체가 아니었고 동양화 역시 전통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에 창작상의 새로운 자기 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이번 서울전은 철저하게 나의 완성된 새로운 작품만 내 놓겠다』고 하는데 작품에 대한 그의 설명을 들어보면-『서도는 나에게 있어서 재구성된 「컴퍼지션」이다.
지금까지 추구해 왔던 「카리그라피」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완전히 회화로 형상화한 것이다. 한글도 나의 새로운 추구대상이다. 즉 이것은 한글과 회화 사이의 관계를 풀어주는 열쇠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이번 서울전은 서예전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밖에 이 화백이 일평생 그려온 동양화의 추상적 표현도 큰 주류를 이룰 것임에 틀림없다. 한 예로 묵죽 속에도 현대적인 것, 서양적인 것이 얼마든지 내포돼 있다는 주장이다. 이 현대적 속성을 뽑아 추상의 방식으로 회화한 것이 이 화백 독자의 방법. 사군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이응노는 그의 고전예술을 현대의 서양예술에 결합할 의도로 20년 전 「파리」에 왔다. 이 어려운 변이를 완성하기 위해 그는 오랜 세월을 보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최근 「미셀·라공」이 『추상예술』(제4권)에서 지적한바와 같은 이 화백의 진면목이 서울에서 두달 후에 전시된다.
「퐁피두」기념 미술관에 초대된 그의 작품은 「카리그라피」계열의 두 작품.
『침묵 속에 앉아 내가 하늘을 보면 영혼은 맑아져간다』는 부제가 설명하듯 깊은 사색을 준다.
『점에서 선으로』라는 명제의 이 전시회에서 이 화백은 붓과 먹으로 쓴 동양을 대표할 유일한 초대작가로 「폴·크레」의 「세리그라피」, 「아포리네르」의 「카리그람」, 「조엘·케르마레크」의 「판토그라프」, 「한스·할퉁」의 「리토그라피」 등과 나란히 전시되고 있다.
이 화백은 오는 7월에 「셍트봄」에서 개인전과 아울러 동양화하기강좌를 맡게 돼 너무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파리=주섭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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