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섬유회담에 바라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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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금주 말 동경서 열리게 된 한·일 섬유실무자 회담을 앞두고 우리의 주장을 거듭 밝혀둘 필요를 느낀다. 여기 맨 먼저 지적해야 할 것은 일본은 생사·견사수입에 대한 일방적인 제한조치를 철회하고 양식을 되찾는 길만이 장기적인 그들의 국익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일본은 생사문제가 과거에 어떠했고, 지금 어떤 상태에 있다는 것을 지실한다면 그처럼 정당하지 못한 일방조치를 거론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은 10여년 전 섬유산업고도화를 내걸고 화섬에 주력하는 동안, 생사업의 사양화를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인바 있다. 그때만 해도 우리는 자연섬유인 생사에 꾸준히 힘을 쏟아왔고, 수출시장에서도 상당한 기반을 확보하고 있었다. 이미 67년께 우리가 2천t이상의 생사·견년사 등을 미주·구주시장에 수출한 것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그때 일본은 우리에게 어떻게 간청했던가. 그들 수입상사대표들은 시장성은 자기네가 책임질테니 운임 적게 드는 일본에 팔아달라고 매달렸던 사실을 벌써 망각하였는가.
비록 정부「베이스」의 협약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우리는 이 같은 이웃의 호소를 외면하지 않았다. 기존시장의 반석 같은 금성탕지를 우정 내버려둔 채 우리는 대일수출로 바꾸지 않았던가.
세계경기의 호전과 함께 비약적으로 늘어난 그 동안의 수요를 일본은 우리의 값싼 생사수입으로 충당함으로써 그들은 국내가격 안정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런데도 일본이 이제 와서 국내산업보호라는 명분을 내걸고 대한수입을 규제하려는 것은 국제적인 거래상 신의와 관례를 완전히 외면하는 처사가 아니고 무엇인가.
그들은 2억여불의 대한견사수입이 국내시장을 교란하고 있다 주장 하나, 국내시장의 일시적 불경기를 굳이 수입규제로만 대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인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 같은 일방조치가 인근 무역상대국에 어떤 충격을 줄 것인지는 그들 자신 너무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굳이 이를 강행하려는 태도는 호혜를 지향하는 믿을 수 있는 상대국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다.
우리는 거래선의 신실성을 믿고 두 차례의 잠사개발 5개년 계획을 세우는 등 잠업을 적극 권장해 왔으며, 이제 50만호의 재배농가를 가지게 되었다. 전 농토의 8%에 달하는 9만㏊를 뽕밭으로 일구었고 전 생산량의 90%를 대일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너무도 잘 알고 있을 터인 일본측이 갖은 구실을 내세워 수입을 일괄 규제하려는 것은 거래선의 약점을 이용하여 폭리를 얻으려는 상술로 비난받을 수밖에 없다.
여러 차례 강조한바 있지만, 우리는 일본이 선진경제국으로의 신뢰할 수 있는 무역상대국으로서 의당 가져야 할 절제와 분별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그들이 항상 내세우는 자국산업보호만 해도 임기응변의 원칙 없는 수입장벽만으로는 결코 장기적인 보호가 불가능함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진정한 보호는 그들의 취약산업을 과감하게 국제시장에 노출시켜 스스로 경쟁력을 쌓아가도록 지원하여야 할 것이 아닌가.
일본의 섬유산업이 상당한 고도화를 이룩하고도 전반적인 국제경쟁력에서는 아직 뒤지고 있는 현실은 지금까지의 지나친 보호일변도의 무역정책에서 비롯된 것임은 누구보다도 스스로가 잘 알 것이다.
이점, 지금 일본과 같은 입장에 처했던 미국의 섬유산업이 자체경쟁력을 기르는데 성공한 전례를 보라.
반면 대일수출만 믿고 시장다변화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우리정부나 업체로서는 50만 농가의 생계유지를 위해 모든 대책을 세우는데 소홀하지 않아야겠다. 일본측의 성의 있는 자세를 다시 한번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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