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2) 외국유학시절<제49화> 정인섭(28)|이희승과 로마표기방법 연구|고심끝에 동경외대 음성학실험실 찾아|X선으로 음파찍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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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나는 또 동경신전구 일교에 있던 대학음성학 실험실을 찾지않으면 안되게 됐다. 그이유는 외래어표기법 문제때문이었다. 「한글학회」서는 1933년「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발표, 전국민이 이를 준수, 실행으로 옮겨졌다.
또 표준말 사정에 대해서도 1934년 1월2일부터 여러 위원들이 원안을 제3독회를 거쳐서 다음해에 완결시켜 일반에게 공표했다. 그러나 한글의 정리는 맞춤법과 표준어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요, 외래어표기법이 제정돼야 비로소 한국민족의 어문생활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네가지의 문제가 관련돼 있는데, 첫째는 한글의 발음을 국제음성부호(국제음성부호)로 어떻게 표기하느냐하는 것이요, 둘째는 국제음성부호를 한글로 어떻게 표기하느냐하는 것이요, 세째는 한글의 고유명사(고유명사)를 「로마」자로 어떻게 표기하느냐하는 것이요, 네째는 일본말의 고유명사를 한글로 어떻게 표시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위의 네가지문제는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어 그 어느 하나도 간단히 처리할 수가 없었다. 첫째문제에 있어서 일래를 들면 한글의 『フ』을 『K』로 하면『ㄲ』과 『ㅋ』은 무엇으로할 것인가등. 둘째 문제로 영어 홀소리의 음성부호 『Λ』음은 한글로 『어』로 할 것인가 『아』로 할 것인가, 또 영어의『e』는 언제나『어』로 만할 것인가, 긴 소라『e:』는『어어』이지만 짧은『e』는 『으』로 함이 옳지 않을까 하는 것이라든지, 『P』음성부호가 영·불·독의 각국어에 있어서 똑 같지않아 한글로 표시할 때는『ㅍ』과 『ㅃ』으로 달리 표시해야 된다는 문제등등. 세계 각국어의 발음기호의 음가가 과연 무엇인가하는 어려운 점들이 생겼다.
더구나 세쨋번 한국고유명사의「로마」자표기문제에 있어서는 전이나 천을 다같이『ch』로 적을때의 혼란을 어떻게 할것인가? 그뿐만 아니라『ch』는 나라마다 다른음으로 발음하는 경향이있어『ㅊ』이나『ㅅ』이나 『ㅎ』으로 달리 발음하니 큰일이었다. 또 일본말은 동경을『토오쿄오·트오꾜오·도오꾜오·도오교오』중의 어느 것이 옳으냐』등 수많은 문제를 처리해야 될 형편이었다.
『한글학회』서는 1931년1월24일 각계권위 45인으로 조직된 협의회에서『외래어표기법』에 대한 토의를 한끝에 이네가지 방면의 문제를 위한 안을 작성하기 위한 책임위원(책임위원)으로 정인섭·이×로·이희승을 선정하였고, 또 이3위원이 의논한 결과 필자가 그초안(초안)을 꾸미기로 했다. 이러한 중책을 맡은 나는 이모든 문제에 대한 확고한 지식을 다듬기 위해서 먼저 가까운 일본 동경외국어대학의 영어교수 간엽면씨의 음성학 실험실을 찾아가 거기서 한글 홀소리연구를 위한 X광선 촬영의 실험과 「오실로·그래프」라는 기계로 한글의 닿소리의 음가, 특히 「액센트」의 특징을 연구했다.
특별히 장치된 X광선실험의 결과로 『어』와 『으』의 혓바닥 위치는 두음을 비교하면 『 으』는 『어』보다 앞쪽으로 더 높은 중앙모음(중앙모음)이라는 결과를 당장에 뚜렷이 알수가 있었지만, 「오실로·그래프」의 결과는 그 음파분석이 상당한 시간을 요하므로 여기 한곳에서만 만족할 수 없어, 그 당시 물리음향학(물리음향학)의 제1인자인 동경제국대학교수 소번중일의 연구실 일본항공연구소를 찾아갔다.
이 「오바다」(소번)교수는 언어학자도 아닌 순전한 물리학(물리학)전공학자로서 특히 음파(음파)에 대한 연구를 하는 사람이었고, 일본정부에서는 비행기의 「프로펠러」, 기타의 소리를 포착하여 그것이 어떤종류의 비행기인가를 알 수 있게하는 음향연구를 시키고 있었다. 그러니 그의 실험은 순전히 과학적 사실만을 분석해내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는 이미 다른「아시아」국가의 말을 실험해서 그결과를 소책자로 발간하고 있었다. 일본어와 그 방언은 물론 중국어·몽고어·「터키」어 그리고 한국어까지 손을 대고 있어 나의 방문을 반가이 맞아주었다.
이 연구소에서 내가 가장 역점을 둔것은『된소리』에 대한 것이었다. 『ㄲ·ㄸ·ㅃ·ㅉ』의 네가지가 나타나는 모든 낱말을 골라서「오실로·그래프」로 실험했다. 복잡하고도 면밀한 음파분석(음파분석)의 결과 『ㄱ·ㄷ·ㅂ·ス』은 탁음(성대진동이 있는 유성음)으로 변하기 쉽지마는, 된소리『ㄲ·ㄸ·ㅃ·ㅉ』은 여하한 자리에 있어서도 항상 예외없이 청음(성대진동이 없는 무성음)이란 것이 증명됐다.
그분이 그전에 다른 한국인 남녀수명을 실험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는 것을 그의 인쇄된 논문으로써 알게됐다.
전에 대판상대에서 실험한 「카이모·그래프」실험보다 훨씬 정밀한 전파실험(전파실험)인데도 된소리가 무성음이란 결과를 확인했으니 내가 준비하던 위의 네가지 원안작성에 말할수 없는 도움이 됐다. 나는 X광선과「오실로·그래프」의 실험사진을 갖고와서 한글학자와 영어선생들에게 공캐전람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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