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던 의사들 거의 중도 포기 … 명맥 끊길까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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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규 교수가 두개저 수술을 하고 있다.

김한규 교수는 의외로 종양 전문 의사가 아니다. 원래는 뇌혈관 전문 의사다. 두개저 수술을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종양수술의 전문가가 됐다. 그 권위는 세계적이다. 두개저 수술 분야에서는 “닥터 김(김한규 교수)이 그렇게 하니까 그가 하는 대로 하면 된다”는 말이 있다. 전문의를 가르치는 의사로도 유명하다. 세계 최고 신경외과 병원인 미국 BNI(Barrow Neurological Institute)를 비롯한 세계신경외과학회, 북미두개저외과학회, 대만신경외과학회 등에 초청돼 세계신경외과 의사를 대상으로 강연한다. 하지만 김 교수는 우리나라 두개저 수술의 명맥이 끊길 수도 있다고 걱정한다.

-두개저 수술을 어떻게 배우게 됐나.

“계기는 단순하다. 1983년 전문의가 된 후 10년 가까이 뇌혈관수술 경험을 쌓았지만 한계를 느꼈다. 뇌 수술에서는 시야가 넓어야 하는데 일반 수술법으로는 제한이 많았다. 수술 부작용 위험도 컸다. 두개저 수술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미국 UCLA 두개저 연구실로 연수를 떠났다. 1년여의 연수기간 동안 시체를 해부하고 실습하면서 두개저 수술을 익혔다. 운이 좋았다. 수련을 받았던 전주예수병원에 6개월간 연수를 왔던 미국 동료가 그 연구실에 있어 편안한 환경에서 연수를 받을 수 있었다.”

-두개저 수술은 얼마나 되나.

 “1년에 50례꼴로 하는 것 같다. 약 20년 동안 총 800례 정도 된다. 뇌종양 환자 10명 중 1명 정도가 두개저 수술이 필요하지만 내 환자 중 60%가 두개저 수술이다.”

 -국내에 2명만 할 수 있다고 들었다.

 “처음에는 의사의 관심도 높았고, 많이 했다. 하지만 중도에 다들 포기했다. 어렵고 힘들다. 이러다 두개저 수술의 명맥이 끊기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3년 후면 나도 은퇴한다. 제자를 키워놓긴 했다. 을지대병원 김승민 교수다.”

 -왜 다들 포기하나.

 “어렵고 힘든 수술이다.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수가 문제다. 2~3시간짜리 수술과 24시간 하는 수술 간에 수가 차이가 별로 없다. 미국은 의사가 수술실에 있는 시간에 따라 수가가 책정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1990년대 후반에 수가가 조금 올라가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낮다. 병원에서도 안 좋아하는 수술이다. 수가가 낮은데 하루 종일 의료진을 붙잡고 있어서다. 우수인력 보호 차원에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개인적 관심과 책임감이 아니면 이 수술은 계속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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