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의약품 제쳤다, 국산 신약 개발 프런티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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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제약 중앙연구소는 급변하는 제약 시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세계시장을 겨냥한 신약 개발에 중점을 두고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 보령제약]

올해 제약사들은 치열한 국내 경쟁에서 벗어나 세계 속에서 새로운 재도약을 펼치고 있다. 국내 제약사는 그동안 축적돼 온 연구개발력과 마케팅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을 개척하며 경제를 선도하는 산업의 선두에 나섰다.

보령제약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가 국내 고혈압제 시장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의약품 통계정보 서비스인 유비스트 발표에 따르면, 카나브는 다국적 제약사 제품이 주도하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고혈압제 단일제 부문 1위를 차지했다. 2월 말 기준, 오랜 기간 단일제 부문 1위를 달리던 올메텍(23억6000만원)을 제치고 24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의원 부문에서 1위에 오른 이후 4개월 만에 전체 1위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보령제약 카나브는 올해 2분기 ‘아라코’라는 이름으로 멕시코에 발매될 계획이다. 중남미 12개국에는 내년 1분기부터 순차적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또 올해 1월 중국과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등 국내시장을 넘어 글로벌 신약으로 도약하고 있다.

◆발매 첫해 매출 100억원 돌파=국산 신약이 관련 질환 시장에서 글로벌 의약품들을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으로, 국산 신약의 시장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의미 있는 성과다. 그동안 발매 후 수십억원의 매출에 그쳤던 국산 신약의 현실을 반영하듯 “국산 신약은 시장성이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카나브의 성과는 이러한 현실을 뒤집었다. 발매 첫해 100억원을 돌파하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한 카나브는 이듬해인 2012년 두 배 이상 성장한 205억원으로 국내 신약 중 최대의 매출을 기록하는 신약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350억원(국내 매출+해외 라이선스 수익 포함)을 기록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개발된 고혈압 신약이 없어 외국에서 개발된 약에 의존해 왔다. 보령제약 카나브는 국내 제15호 신약이며 국내 최초 고혈압 신약이다. 1998년부터 개발을 시작했으며 2009년 말 전국 24개 병원에서 실시한 임상 3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2010년 9월 9일 당시 식약청으로부터 신약으로 공식 허가를 받았다.

국내 최초 고혈압 신약 보령제약(대표 최태홍) 카나브의 우수한 효과와 안전성이 해외에서도 확인됐다. 보령제약과 멕시코 스텐달사는 지난해 7월 프리론칭 기념식을 갖고 현지 허가를 위한 임상 및 사전 마케팅을 진행해 왔다. 카나브의 허가 임상 결과는 해외 성공을 기대케 하고 있다.

보령제약 카나브는 멕시코 등 중남미에 이어 올해 1월 중국과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 신약으로 도약하고 있다. [사진 보령제약]

◆멕시코 임상서 혈압 강하 효과 입증=멕시코에서 진행된 허가 임상에서 카나브는 이완기 혈압(DBP)과 수축기 혈압(SBP) 모두 강력한 강하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은 카나브 복용 8주 후 이완기 혈압(DBP) 저하 효과와 수축기 혈압(SBP)도 치료 4주 후 목표값에 도달하며 강력한 혈압 강하 효과를 보였다. 또한 안전성도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했다.

카나브는 지난해 국내 최대인 1만4151명의 한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 4상에서도 우수한 혈압 강하 효과뿐 아니라 안전성을 입증한 바 있다.

카나브는 지난 2011년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이후 중남미 13개국에 공급될 예정이다. 이 중 첫 번째로 멕시코에서 현지 제품명인 ‘한국에서 온 ARB’라는 뜻의 아라코(arakor/ARB+KOREA)라는 이름으로 올해 2분기 중 발매될 계획이다. 멕시코를 제외한 나머지 중남미 12개국에서는 내년 1분기부터 순차적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이는 해외 진출의 첫 번째 실질적인 성과이자 첫 처방 및 매출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보령제약 최태홍 대표는 “신약의 해외진출에 있어서 허가받는 것뿐 아니라 상업적으로 성공시킬 수 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며 “카나브는 기존 국내 신약들이 보였던 시장성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을 뿐만 아니라 ARB 계열의 고혈압약 가운데 약효와 안전성에서도 ‘베스트 제품’으로 해외시장에서 우리 신약의 새로운 역사를 쓸 것”이라고 자신했다.

◆중남미 13개국 등 1억1460만 달러 라이선스 계약=카나브의 해외시장 진출은 계속되고 있다. 보령제약은 지난 1월 라이선스 Fee(로열티) 540만 달러에 고혈압 신약 ‘카나브(물질명:Fimasartan)’에 대한 중국 내 독점 판매권(라이선스)을 제공하고, 카나브 단일제를 공급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계약에 따른 10년간 공급 규모는 약 4억2800만 위안이다(라이선스 수익 포함 원화 약 802억원, 미화 약 7600만 달러 규모).

보령제약 카나브는 발매 후 멕시코를 포함한 중남미 13개국, 브라질, 러시아 등에 총 1억1460만 달러의 라이선스 계약 이후 지난 1월 중국 계약을 통해 해외 라이선스 계약을 해 2억 달러를 달성하며 국내시장을 넘어 글로벌 신약으로 도약하고 있다.

올해는 미국과 일본 파트너사 선정, 유럽 PreIND(허가진행)를 진행하고, 북아프리카 6개국 및 동남아 9개국 등과 추가 라이선스 계약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또한 이와 함께 해외 임상(브라질·러시아)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최 대표는 “국산 신약으로서 글로벌 의약품을 제치고 국내 월 매출 1위에 오른 힘을 발판 삼아 해외에서도 국내 신약의 글로벌 성공사례를 꼭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국내외 시장 3000억원 달성 목표=카나브의 중장기 목표는 더욱 야심차다. 2023년까지 물질특허를 보유한 카나브는 국내에서 가장 큰 시장인 고혈압약 시장에서 약 1조3000억원(2012년 IMS 데이터 기준)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중 카나브와 같은 ARB 계열이 50%인 약 6500억원이다. 매년 10% 이상 급성장하고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보령제약은 2015년 10% 이상의 국내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해외 시장 확대를 통해 국내외 시장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또한 발매 10년을 맞는 2020년에는 국내외에서 약 3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이 중 30% 이상은 해외에서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령제약은 중장기 매출 확대를 위해 단일제뿐 아니라 최근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복합제 개발도 서두르고 있다. 카나브이뇨복합제는 2013년 9월부터 발매가 시작됐으며 현재 임상 3상 중인 CCB 복합제는 2016년 발매 예정이다.

정혜영 객원기자 aaafun7@joongan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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