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생 가슴에 「리번」이 너무많다|1년에 30여종 50여회 달아|비용만도 40여억원|심할땐 한꺼번에 두세개 달기도 본사조사|"물가절약에 역행…정비필요 절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전국 초·중·고교생들이 여러행사때 마다 가슴에 달고다니는 「리번」(흉패)이 종류가 너무많고 낭비적이다. 21일 본사조사에 따르면 전국각급학교 학생들이 한번달고 버리는 「리번」의 종류와 구입비는 연간 30여종에 무려 4O여억원. 「리번」달기가 정부시책을 널리 알리고 계몽하는데 필요한 것이기는 하나 종류를 엄선하고 구입방법도 개선함으로써 학생부담과 물자손실을 줄이는 방안이 마련돼야할 것으로 지적되고있다.
각급학교당국자들에 따르면 해당교육구청을 통해 부착지시되는 「리번」은 학교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매윌 한번씩 있는 「민방위의 날」과 「저축의 날」을 비롯, 연간 30여종에 부착횟수는 50회를 넘고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방학기간을 빼면 학생들은 매주 1번 이상「리번」을 바꿔달고 다니는 셈이다.
특히 각종 행사가 겹쳐 있는 4윌과 10월의 경우 한꺼번에 2, 3개씩의 「리번」을 달아야하므로 보기에도 흉하다.
각급학교가 행사때마다 거의 의무적으로 달도록하는「리번」은 그때마다 일정한 모양과 크기등 규격품을 요구하기때문에 이를 학교에서 만들어 공급하는 도회지 일부학교학생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구내매점이나 문방구점에서 업자들이 만들어 파는것을 개당10원씩 사서 달고있는 실정.
「비닐」이나 「나일론」천으로 된 「리번」은 글씨와 바탕빛깔등이 행사때마다 틀려 한번 사용한것은 버리기 일쑤.
따라서 전국8백53만여 각급학교 학생들(국민5백62만명·중학1백93만명·고교98만명)이 사서 다는 「리번」구입비는 1년에 자그마치 42억6천여만원에 이르고 있는것으로 추정되고있다.
무질서하고 무계획한「리번」달기의 부작용은 거액의 물자낭비뿐만아니라 일부학교에서는 교문에 배치된 학생선도반원등이 부착지시된「리번」을 달지않은 학생들의 등교를 막아 첫시간 수업을 놓치게 하는 일까지 빛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교사들은 이에대해『「리번」달기가 상부의 지시에 따른것이기는 하지만 학생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지적, 「리번」의 종류를 대폭 줄여 꼭 필요한 것만 달도록하고 구입방법도 개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교사들은 그 방안의 하나로 각급학교가 육성회비등으로 재료를 구입, 반영구적인 「플라스틱」제「리번」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공급사용한 뒤 회수했다가 다시 사용토록 할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경북안동여중의 경우는 이학교 김원동교사의 제안으로 작년부터 크기는 약간 다르더라도 학부모나 학생들이 손수 헝겊에 글을 써서 만든 「리번」만 달게함으로써 낭비를 줄일수 있었다는 것. 이는 학생들에게「절약의 생활화」교육 효과도 가져올수 있다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