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동포의 법적·사회적 지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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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조총련계 재일 동포들의 모국 방문은 재일 동포의 지위 향상이란 해묵은 문제의 해결을 새삼 촉구하는 계기가 되었다. 재일 동포의 지위 문제라고 하면 일본에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법적 지위와 모든 면에서 일본인에 비해 차별을 받지 않는 사회적 지위의 확보로 집약된다. 대부분의 재일 동포가 일본에 거주하게된 까닭은 그들의 책임이 아니라 구 일본 제국의 식민 정책 때문이었다. 그들은 일본의 필요에 따라 징용·공출 및 계약에 의해 일본에 끌려간 사람들인데다가 당시에는 일본적이 부과되어 있었다. 이렇게 일본에서 우리 동포들은 다른 외국인과는 다른 역사적 업연을 갖고 있다. 그러기에 재일 동포들은 일본 국민과 차별을 받지 않고 일본에서 살 권리가 있는 것이다.
재일 동포의 지위 문제는 이러한 역사적 견지에서 논의되고 해결되어야만 한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적 주장이다. 그런 관점에서 재일 동포가 일본에서 안정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법적 지위는 의당 보장되어야 한다. 60만 재일 동포는 대충 세가지 유형의 법적 지위가 부여되어 있다. 협정 영주권·전 전 일본 국적 소지자·일반 영주권의 세 형태다. 협정 영주권은 한·일간의 『재일 한국민의 법적 지위 및 대우에 관한 협정』에 따라 71년1월16일까지 신청한 36만7천2백62명의 동포에게 주어진 영주권이다. 그리고 조총련계 동포 등 협정 영주권 신청을 하지 않은 약 22만명이 전전 일본 국적 소지자란 자격으로 일본에 거주하고 있으며, 나머지 극소수가 제3국인과 마찬가지로 일정 거주 기간과 요건을 쌓아 일반 영주권을 취득했다.
협정 영주권은 강제 퇴거 요건이 제한될 뿐 아니라, 교육과 생활 보험 및 건강 의료 보험, 그리고 귀국시 재산 반출 등에 『타당한 고려』를 받게 되어 있다. 그러나 다른 두가지 경우에 대해선 일본 국내법상 규정 이외의 고려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면 재일 동포로서는 협정 영주권을 취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협정 영주권 신청 기한 5년이 지난 71년1월로 끝나 신청 기간을 추가로 설정하려면 일본의 동의가 필요하다. 민단계 동포 중에도 미신청자가 있을 뿐더러 최근 조총련에서 전향하는 동포가 늘어나는 현실에 비추어 이들에게 정당한 법적 지위를 확보해 주어야할 필요가 크다.
일본으로서는 재일 동포 문제에 대한 역사적 책임과 기왕 어떤 형태로든 영주권이 인정된 현실에 비추어 협정 영주권 신청 기간의 추가 설정을 주저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이점 우리로서는 오는 3월에 한·일간 협의가 있게 된다니 원만한 해결이 있기를 기대한다.
또한 이 기회에 국교 정상화 이후 10년이 넘도록 문제가 되고 있는 재일 동포의 사회적 차별이 시정되는 어떤 계기가 마련되어야 할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재일 한국민의 사회적 지위 보장은 기본적으로 한·일 양국민의 감정 순화에서 비롯 될 문제지만, 우선 법제도에서부터 차별의 시정이 선도되어야 한다.
동포 2세들의 교육과 생활 보험 및 국민 건강 보험 등 사회 보장 제도에 대해선 재일 한국민 법적 지위 협정에도 타당한 고려를 하도록 명기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민단계에는 동포 자녀 교육 기관으로서 초·중·고교를 합해 모무 43개가 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가 정규 학교가 아닌 「각종 학교」로 인가 되어 있어 동포 학교를 나와도 대학에 진학할 자격이 없고 따라서 취직 기회가 제한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동포의 민족 교육이 크게 제약을 받고 있다. 한·일 각료 회담 때마다 제기되는 동포 신용조합의 은행 승격을 포함해 각종 금융 공고 법상의 제약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동포들이 세금을 적게 내는 것도 아니다.
이는 모두 일본이 재일 동포에게 진 역사적 부채를 잊어버린 행위라 아니 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재일 동포에게는 참정권을 제외한 모든 권리가 일본 국민과 평등해야 할 역사적 이유가 있음을 재삼 강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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