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방 없는 종교전쟁-세계적 실태와 해결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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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종교전쟁은 정치·경제적인 전쟁과는 다르게 종교에 집착하는 종교인의 이상심리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종교전쟁의 해결에는 정치·외교적인 노력 이외에 심리학을 포함한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세계도처에서 전쟁의 주역이 된 종교에 대해 「뉴요크·타임스」지의 순회특파원 「C·L·설즈버거」가 해결방법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오늘날 전세계 전쟁의 반 이상이 종교적인 갈등과 종교분쟁 때문이라는 것은 비극적이지만 사실이다. 바로 이 순간에도 인간은 다른 인간을 신의 이름으로 살육하고 있다.
이같은 전쟁 중 가장 야만적으로 진행중인 것이 소수의 기독교 세력과 회교간의 전쟁인 「레바논」내전이다. 특히 이 전쟁은 기독교의 「그리스」 정교·합동동방 「가톨릭」교와 회교의 「샤」파·비밀 「드루즈」파가 끼어 들어 전쟁의 양상은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하다. 휴전협약이 자주 깨지는 원인도 여기에 있다.
「레바논」전쟁보다는 치열하지 못하지만 북「에이레」의 종교 전쟁도 「가톨릭」과 신교간의 타협의 기미가 없이 역사적·사회적으로 얽혀 복잡하기만 하다.
이같은 두 전쟁은 순수한 종교전쟁으로 기독교와 회교, 「프로티스턴트」와 「가를릭」이라는 종교의 벽에 싸여 상호 이해하지 못하는 대결이 되고 있을 따름이다. 「레바논」의 경우 좌·우익의 충돌은 표면적인 이유에 지나지 못한다.
「레바논」과 「에이레」만이 종교전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터키」와 「그리스」간에 냉전중인 「키프로스」분쟁이 그렇고 「아랍」「이스라엘」간의 중동 전은 종교 전쟁의 대명사가 되었다.
「버마」에서 소수의 기독교인과 회교도간의 간헐적인 분쟁, 「필리핀」남부지방의 「가톨릭」에 대한 회교도의 반항도 오래된 종교분쟁 들이다.
비종교적인 전쟁이 있다면 동서의 이해가 날카롭게 맞서고 있는 「앙골라」내전이 현재 진행중일 뿐이다.
이밖에도 세계각지의 종교분쟁 양상은 국가독립투쟁·분열·정치적 지배·국경문제 등과 혼합되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코란」과 칼을 양손에든 「이슬람」교도들의 정복전쟁, 중세의 십자군 원정, 30년 전쟁, 종교개혁 당시의 농민전쟁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같은 종교전쟁에 대해 세계적인 평화기구들은 표면적인 해결을 시도할 뿐 근본적인 치유책의 연구를 못하는 것이 현재의 실정이다. 「유엔」이나 「세계 교회협의회」(WCC)같은 기관은 매년 총회를 하고 있지만 정치·경제적인 측면에서 외부적인 문제만 다룰 뿐이다. 종교적인 신앙 때문에 인간을 살생하는 이상적인 종교인의 정열에 대해 심리학적인 구명을 비롯해 다방면의 해결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정치·경제적인 원인으로 일어난 전쟁은 외교적인 노력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그러나 신의 이름으로 수행하는 종교전쟁에는 인간의 노력이 거의 무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종교적인 정열이 죄절됐을 때 폭력에 호소하는 인간 심리의 공통적인 요소를 발견하는 것도 이같은 전쟁의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헤럴드· 트리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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