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에 넘친 감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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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그저 반갑고 기쁨뿐이었다. 환영하는이도 환영받는이들도 한핏줄로 이어진 동포인것이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5일하오3시 재일동포 귀성만을위한 서울시민환영대회가 열린 장충동국립극장은 지난해 추석성묘단이 다녀간뒤 또한번 오열과 박수와 만세 소리가 충만했다.
○…개회사가선언되고『나는 자랑스런 우리 태극기앞에 조국을위해 몸과 마음을 바칠것을 굳게 맹세합니다』는 서약이 낭독되는동안 동포들은 무대정면의 태극기를 향해 경건하게 오른손을 가슴에대고 경례했다.
○…구시장이『북쪽에서온 호마(호마)는 북풍을 향해 서고 남쭉에서온 새는 남쪽으로 뻗은 나뭇가지위에 둥지를 튼다했는데 여러분은 이 그리운 고향을 여기에두고 지금까지 어디서 무엇을 하시느라 이제야 돌아오셨읍니까』고 인사말의 서두를 꺼내자 장내는 벌써 울먹이기 시작했다.
○…이어 김상길 이화여대총장이 환영사를 하는 15분동안 객석에서는 11번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과거는 울어서 눈물로 한강에 띄워버리고 오늘은 조국의 품에서 기뻐하고 내일은 영광스러운 조국을위하여 하나가 됩시다』고 환영사를 끝마칠때 장내는 그만 울음의 바다가 되었고 모친의 유언에따라 유골을안고온 조제술씨(76)는 고개를 떨어뜨리고『내가 정말 잘왔제, 잘왔제』하며 목이 메었다.
○…환영사가 끝나고 KBS어린이노래회원 60명이 때때옷차림으로 나와 세배를 하고「고향의봄」을 합창한뒤 객석으로 내려와 꽃다발을 전하자 나이 많은 동포들은 어린소녀들을 품에 안고 볼을 비비며 놓지않으려 했다.
○…여의도국교 5년 최정미양(12)이『제친구들은 모두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시는데 나만 없어요. 38선너머에 계시대요』라고 울먹이며「소녀의소원」을 읊자 38년전 평남안주에 부모형제를 두고 단신 일본으로 건너갔었다는 교포 신일섭씨(52·동경)는 그만『엉엉』소리를내어울었다.
○…이어 진기영·하춘화·권훈아·이미자양등 가수들이나와『나그네설움』『비내리는 고모령』『타향살이』『황성옛터』등 흘러간 노래를 부르자 장내는 흐느낌속에 함께따라부르기도했다.
특히 이미자양이『여러분중에 함께 노래부를분이없느냐』고하자 이정아씨(40·대판시)가 무대위로 올라가 이미자·하춘화양과함께『가거라38선』을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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