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공장, 속이 훤히 보이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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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 독일 북부 작센주의 수도 드레스덴시에 있는 폴크스바겐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김태진 기자

폴크스바겐은 밖에서도 자동차가 조립되는 과정을 훤히 볼 수 있는 공장 하나를 갖고 있다. 독일 북부 작센주의 수도인 드레스덴시 한복판에 있는 '유리 공장'이다. 이 공장건설에 유리 2만8800장이 들어갔다.

건물 외벽은 물론 실내 사무실도 유리로 만들어졌다. 바닥만 단풍나무 마루다. 작업장에는 기계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자동차 공장이라기 보다는 컨서트 홀에 온 듯한 느낌이다. 2003년 홍수로 공장 인근의 엘바강이 범람해 오페라하우스가 물에 잠기자 공장이 쉬는 주말에 오페라공연이 이 공장에서 열리기도 했다. 바로 이 공장이 1억원이 넘는 고급차 페이톤의 산실이다.

폴크스바겐은 이 공장이 완공된 2001년에 고급차 시장(세계 연간 25만대)에 뛰어 들었다. 공장 땅을 무상으로 제공한 드레스덴시는 이 공장에서 매년 200억원이 넘는 세금을 걷는다. 3000여개의 새 일자리도 생겼다. 폴크스바겐은 다음주(12일) 페이톤의 한국 시판을 앞두고 7일 국내 언론에 이 공장을 공개했다.

만프레드 사케 공장장은 "이 공장은 손으로 만든 차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조립라인을 외부에서도 볼 수 있게 설계됐다"며 "하루 최대 생산능력은 105대지만 현재는 30대씩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타원형의 조립 라인은 아주 천천히 움직인다. 한시간에 8.5m 돌아간다. 엔진과 연결된 전기 장치 등 차의 중요한 부분은 모두 손으로 조립하기 때문이다. 한 대를 생산하는 데 7일 걸린다. 228명의 작업자가 하루 8시간씩 2교대로 일하고 있다.

안드레아 가렌 고객담당 매니저는 "고객의 30% 정도가 각종 사양을 따로 주문한다"며 "하루 평균 8명의 고객이 이 곳에 와서 자신이 탈 차의 조립 모습을 지켜 본다"고 말했다.

이 날 레스토랑과 안내센터가 있는 1층 로비에는 차량생산과정을 보려는 고객들이 안내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체.엔진 등 각종 부품은 공장에서 60㎞ 떨어진 모젤시에 있는 협력업체에서 가져 온다. 공장 코 앞까지 들어온 도시전철의 수송전차가 이 부품들을 나른다.

드레스덴(독일)=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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