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계에 호황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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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회화의 호경기에 비해 지난 수십년간 침체됐던 미국의 조각계가 요즘 활기를 되찾고 있다. 「워싱턴」의 「허쉬론」 화랑 등 여러 미술관에서 회화에 못지 않은 수의 조각 작품들이 대규모로 전시회를 여는가 하면 조각품들이 걷잡을 수없이 뛰어 오르고 있다.
조각의 수요가 는 것은 새로운 건축물들의 신축과 관계가 깊다. 대부분 강철과 유리만으로 지어진 삭막한 신축 건물에 조각 작품은 부드러운 인간적 분위기를 붙어 넣는다는 인간 회복을 위한 「아이디어」인 것이다.
실제는 많은 건축가들이 자신의 건축물과 조화되는 작품을 조각가에게 주문하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미 연방 정부도 정부 청사를 장식하기 위해 2천5백만「달러」 어치의 조각품을 사들였다.
「뉴요크」 조각가 「프리츠·벌트먼」은 이러한 경향을 『사람들이 조각이라는 예술의 가치를 재인식한 때문』이라고 풀이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손으로 직접 만져 볼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미술품을 원하게 되었다』는 것. 「뉴요크」의 유명한 예술품 경매장 「소드비·파크·버니트」의 회화 담당 「워쉬번」에게 의하면 『그림은 운반하기도 편하고 전시하기도 쉽지만 그만큼 유행을 탄다』고 한다.
그래서 조각이 환영을 못 받는 동안 조각가들은 생계를 위해 회화로 전업을 한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여하튼 20세기초에 「말비나·흐프먼」「굿촌·보르크룸」 등 조각가가 눈부신 활약을 했던데 이어 최근 「프리츠·벌트먼」「안젤로·데·베네데토」 등이 전에 없던 각광을 받고 있다.
이들이 만드는 조각 작품은 살아 움직일 듯한 사실주의에서부터 강철로 만든 추상에 이르기까지 천태만상. 작품의 값도 대량 생산되는 복제품은 단 1백「달러」 (5만원)에서 10개 내외의 한정된 숫자만 만들어지는 일급 작가의 인기 작품은 5만「달러」 (2천5백만원)를 호가하기도 한다. 한편 「맨해턴」의 화랑 주인 「데이비드·앤더슨」씨에 의하면 이 가격은 앞으로 5년 안에 2배로 뛸 것』이라고. <「월드·리포트」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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