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의 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기자의 사시는 때때로 뜻하지 않은「스쿠프」기사를 만들어 낸다. 1971년 10월 일본「도오꾜」의 「미노베」지사를 따라 평양엘 갔었던 NHK의 기자가 그랬다.
김일성의 주변에서 촬영을 하던 그 기자는 「렌즈」속에서 이상한 수수께끼를 발견했다. 그것은 김일성의 정면얼굴 아닌 목덜미에 나타난 광경.
이른바 「경부」에 무엇이 불뚝 솟은 굴곡이 있었다. 혹도 아니고 그렇다고 주름살도 아닌 기이한 모양의 것이었다.
그 무렵 일본의 TV는 이것을 놓고 여러 가지 진단들을 했었다.
의학적으로는 몇 가지로 나누어서 생각할 수 있다. 우선 양성종양의 경우다. 우리가 때때로 볼 수 있는 혹도 그런 「케이스」의 하나다.
종양은 한마디로 세포가 병적으로 증식해서 생리적으로 무의미한 조직괴를 만드는 일종의 병증이다. 양성일 때는 다만 미관상 보기 흉할 뿐 생명에는 별 지장이 없는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그러나 악성인 경우는 바로 암의 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암육종이 그 경우다. 만일 김일성의 경우 경부암이 틀림없다면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쉽게 치료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암의 전이현상은 거의 불가피하며 따라서 생명에의 위협을 벗어날 수 없다.
때로는 목부분의 신경조직에 이상이 생겨 혹과 같이 근육이 솟아나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일 때는 거동이 불편해서 우선 사회활동이 어렵다고 한다. 김일성은 그동안 거동이 활발했던 것으로 보아 신경조직의 이상은 아일 것 같다. 다만 양성인지 악성인지의 확인이 어려울 뿐 무슨 종양현상인 것만은 틀림없을 것 같다.
어느 세계에서나 비슷한 일이지만, 정치적 수뇌의 건강상태는 버선을 뒤집듯이 환하게 알기는 어렵다. 정치적인 권력관계는 언제나 미묘한 작용들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공산세계의 일일 때는 더 말할 여지도 없다. 따라서 이들 세계의 수뇌들이 병상에 눕게되면 죽을 자리에 앞서 정치적 자리를 먼저 마련하게 된다. 최근 중공의 주은래에게서도 그런 사례를 볼 수 있다. 중공은 주 수상이 쓰러져도 뒤탈이 없을 만큼, 정치적인 장치들을 미리 해 두었었다.
소련은 「스탈린」이 죽자 그 사망소식조차 금방 알려주지 않았었다.
「스탈린」이 정치적 장치를 미처 준비하지 못한 채 죽었기 때문이다. 공산세계에서의 권력구조란 그처럼 죽음에 있어서도 엄청난 음모를 수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김일성은 근년에 그의 아들 김정일을 눈에 띄게 정치무대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필경 이런 것은 오히려 그의 병증을 두드러지게 돋보여 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