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온돌의 열효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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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 가정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는 연탄온돌이 값은 싸지만 열효율은 형편없이 떨어진다는 사실은 새삼스런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최근 과학원의 조사로 밝혀진 그 열효율성이 30%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자못 충격적이다.
아무리 효율이 낮기로서니 7할이 넘는 열을 그냥 내버리고 있다면 너무도 아깝지 않은가.
민수용 탄의 절반을 온돌난방에 쓴다고 가정하면 어림잡아 1년에 약5백만t의 석탄이 쓸모 없이 낭비되고 있는 결과가 된다.
애써 캐놓은 탄이 이처럼 어이없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온돌개량에 대한 연구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생활개선의 당면과제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뒤늦게나마 3개년이라는 장기계획으로 온돌개량에 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 과학원관계자들에게 성원을 보내는 바이다.
자원·「에너지」의 절약이 강조된 지는 이미 오래지만, 사실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크고 작은 비효율·낭비가 적지 않다.
연탄온돌의 개량은 열 이용의 측면에서 뿐 아니라, 「개스」중독방지를 위해서도 매우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연구「팀」의 조사로는 대부분의 열이 불완전 연소와 비효율적 전도에 의해 구들장에 이르지도 못한 채 아궁이 근처에서 소실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관심을 모으는 것은 여러 가지 실험 결과 현재의 아궁이와 온돌구조를 그대로 둔 채로는 도저히 열효율을 크게 늘리기 어렵다는 결론적 평가다. 이는 곧 아궁이나 온돌의 설계를 근본부터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문제는 어떻게 돈을 가장 적게들이고 개량하는 길이 있겠느냐가 중요하다. 이 보고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온수 「파넬·히팅」으로 고치는 것은 비록 열효율은 높일 수 있을지언정 비용이 너무 들어 일반화하기에는 부적합하다.
이 보고서는 공기가열방식, 예컨대 아궁이에 화로를 설치하여 덥혀진 공기를 난방에 이용할 것을 추천하고있다. 이 방식이 얼마나 경제적인지는 아직 밝혀진바 없으나, 관계기관에서 좀더 철저하게 연구 검토하여 온돌개량의 한「모델」로 손색이 없도록 발전되기를 바란다.
비단 이 방식뿐만 아니라, 여러 소득계층에 적합한 다양한 개량「모델」을 연구하여 적극적인 보급책을 강구하는 것도 권장할만한 일이다.
필요한 경우에는 표준설계「모델」등으로 지정하는 것도 생각해 봄 직하다. 그러나 성과가 뚜렷한 온돌개량방법으로서 큰돈이 먹히지 않는 방안이 나온다면 구태여 장려하지 않아도 잘 보급될 것이므로 싼「모델」의 개발이 급선무라 하겠다. 열효율을 한꺼번에 외국처럼 80%가까이 높일 수는 없더라도, 단계적으로 꾸준히 개선해 나가기 위한 연구는 지속되어야할 것이다.
온돌의 열효율도 문제지만, 최근 크게 떨어지고 있는 연탄의 질도 개선되어야 한다. 연탄 쓰는 사람이면 모두 같은 얘기들이지만, 저질연탄 때문에 지불해야할 돈·시간의 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석탄소비절약정책의 한 맹점이기도 하다. 정부가 소비절약과 연탄생산목표 등을 너무 물리적으로만 다루고 있기 때문에 저질연탄을 일부러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는가.
생산지나 소비지 역두에는 석탄이 산더미처럼 체화되고 있는데도 소비자들은 7시간도 못타는 질 낮은 연탄을 사 때야한다면 이는 분명 행정의 잘못이라 할 수밖에 없다. 석탄소비 절약이라는 큰 줄거리는 지키더라도 가격·소비정책에서는 탄력성을 보여 이런 모순을 없앨 때가 되었다. 정부가 확실한 수급계획을 갖고 여유분을 활용하면 연탄사용제한을 부분적으로 완화하는 길이 전혀 없지도 않을 것이다. 신중한 검토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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