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시장 "브란덴부르크 문 통째로 드리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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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5일 밤(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테겔공항에 도착하자 21발의 예포가 발사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오후 2시47분(현지시간) 베를린 심장부 파리저 광장에 자리한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 섰다. 서편 광장에 내린 박 대통령은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베를린 시장의 안내로 브란덴부르크 문을 통과하는 등 동편 광장까지 150m를 걸으며 ‘통일대박’의 의지를 다졌다. 흰색 재킷 차림의 박 대통령은 광장을 걸으면서 통일에 대한 간절한 마음으로 브란덴부르크 문을 올려다보기도 했다.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과의 회담과 오찬을 마친 박 대통령은 곧바로 브란덴부르크로 향했다. 브란덴부르크 문은 분단의 상징인 동시에 통일의 상징으로 꼽히는 역사적 장소다. 18세기 말 세워진 브란덴부르크 문은 프러시아 통일제국의 강성함을 상징하는 개선문이었다. 하지만 1961년 동독 공산정권이 베를린 장벽을 쌓은 뒤 브란덴부르크 문은 동·서 베를린의 경계가 됐다. 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때 서 베를린 시민들은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 있는 장벽에 올라가 독일 국기를 흔들며 통일을 외쳤다. 박 대통령은 이런 역사성과 상징성에 주목해 브란덴부르크 문을 주요 방문지로 결정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50년 전인 64년 베를린을 찾았을 때 이곳을 바라다봤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방독 소감’ 을 통해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동베를린 쪽을 보니 북한 생각이 났다”고 적었다.

 박 대통령은 가우크 대통령과 오찬에서 통일의 의지를 직접 표현했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님께서 동독 체제에 저항하며 자유를 위해 싸우셨고, 그 치열한 힘들이 모여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렸던 것처럼 우리 휴전선도 반드시 무너지는 날이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독일이 그랬듯이 우리의 통일도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통일이 반드시 올 것이라는 굳은 확신을 가지고 하나하나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 우리 국민들에게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 과업을 달성한 독일은 부러움의 대상이며 대한민국이 가야 할 목표”라며 “독일의 값진 경험을 공유하는 한편 우리에게 맞는 대안을 모색하면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착실히 준비해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 드레스덴을 방문해 한반도 통일과 통합의 방향을 생각해 보는 계기를 가질 것”이라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베를린 시청을 방문해서도 “베를린은 우리에게 통일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는 도시로 베를린 시민들이 자유롭게 왕래하고 있는 것이 너무 부럽다”며 “경제면뿐 아니라 통일을 이룬 독일의 좋은 경험을 공유하고 도움을 받는 것이 이번 방문의 주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보베라이트 베를린 시장은 박 대통령에게 “브란덴부르크 문을 통째로 드리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며 “ 한반도에서 통일이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 말을 듣고 환하게 웃었다고 한다.

 독일 정부는 박 대통령에게 각별한 의전으로 예우했다. 전날 베를린 공항에 도착했을 때 가우크 대통령의 비서실장이 직접 영접을 나왔고, 예포 21발을 쏴 박 대통령의 도착을 환영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독일이 저녁에 예포를 쏜 건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14년 지기’ 박근혜 - 메르켈 회담=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회담을 갖고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양국과 두 정상의 우호 관계를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두 번째 한·독 정상회담이며 두 사람의 다섯 번째 만남이다. 박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회담에서 2013년 양국 간 교역액이 272억 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을 평가했다. 독일은 우리나라의 5대 교역국이다. 두 정상은 또 독일 측의 통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우리의 통일준비 협력방안도 협의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메르켈 총리에게 통일대박론을 다시 설명했고, 먼저 통일을 이룬 독일의 협력을 요청했다. 두 사람은 양국 최초의 여성 정상으로 박 대통령이 2000년 국회 국정감사를 위해 독일을 방문했을 때 인연이 시작됐다. 당시 한나라당 부총재였던 박 대통령과 기독교민주당 당수였던 메르켈 총리는 이공계 출신의 보수 야당 지도자란 공통점 등을 바탕으로 처음 만나 돈독한 교감을 이어오고 있다.

베를린=신용호 기자,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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