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프랑스 국빈 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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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25일부터 3일간 프랑스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첫날부터 전례 없는 뜨거운 환대를 받았다. 시 주석이 이날 리옹 시청 만찬 전 열린 시음회에서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을 맛보고 있다. [리옹·청두 AP=뉴시스]

중국과 프랑스의 수교 50주년을 맞아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펑리위안(彭麗媛) 여사가 전례 없는 특급 의전을 받고 있다. AFP 등 외신이 ‘구애하다(woo)’ ‘유혹하다(lure)’라는 표현을 사용할 만큼 시 주석의 마음을 사기 위한 프랑스의 노력은 파격적이다.

 시 주석의 일정은 25일 파리가 아닌 리옹에서 시작됐다. 리옹은 1921년 중국이 최초로 해외에 설립한 교육기관인 프랑스중국학교가 있던 곳이다. 또 리옹은 유럽에서 처음으로 중국어 교육을 시작한 도시다. 양국의 끈끈한 관계를 강조하기 위해 첫 방문지로 선택된 것이다. 고작 16시간의 체류임에도 리옹시는 시 주석 의전·경호를 위해 도로와 터널의 통행을 막고 지하철 운행도 중단했다. 도심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외출할 때마다 검문검색을 받았다. 건물 옥상엔 전투 경찰 및 특수부대 요원들이 배치됐다. 리옹시는 중국과 얼마나 밀접한지 증명하기 위해 1500년대 이야기까지 끄집어냈다. 전통적으로 실크 산업이 발전한 리옹시가 병충해로 고전하던 16세기, 직공들이 대체재를 찾기 위해 중국을 찾았다는 역사를 들고 나온 것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함께하는 파리 일정도 다르지 않다. 베르사유궁에서 음악회가 열리고, 시 주석의 연설에선 프랑스에서 유학한 저우언라이(周恩來)와 덩샤오핑(鄧小平)이 거론될 예정이다.

 프랑스의 극진한 환대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프랑스가 처한 절박한 상황을 대변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프랑스의 대중 무역적자는 260억 유로(약 38조5000억원)에 이르고, 프랑스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77%나 줄었다. 국제 정치에서 큰 목소리를 내는 독일에 밀려 자존심을 구기는 상황에서 중국 투자 유치마저 독일에 한참 뒤처지는 처지다.

 “양국의 역사적·문화적 고리가 경제 관계를 활성화하는 지렛대가 되길 바란다”는 리옹시 관계자의 말이나, “투자를 환영한다. 우리는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는 로랑 파비우스 외교장관의 발언은 모두 중국을 향한 적극적 구애라 할 수 있다.

 시 주석은 프랑스의 노력에 화답했다. 국빈 방문 전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 기고문을 통해 “50년 전 미국과의 관계를 무릅쓰고 중국과 수교한 샤를 드골 대통령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우호를 강조했다. 또 항공·원자력·우주·농업 등 광범위한 산업 분야에서 실질적 비즈니스 계약도 이뤄질 예정이다. 이 중엔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푸조-시트로앵 그룹에 대한 중국둥펑자동차그룹의 11억 달러 투자와 에어버스 헬기 부문에 대한 중국 기업의 합작 투자 등이 포함된다.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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