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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규제 횡포, 지방선거 때 표로 심판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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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정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장세정
사회부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주재한 ‘1차 규제개혁장관회의’는 꽤 흥행을 거뒀다. ‘끝장토론’ 형식으로 생중계한 데다 극적 요소도 있었다. 대통령은 저녁식사를 거른 채 7시간 마라톤회의를 이끌며 규제 혁파 의지를 보여줬다.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규제 때문에) 저희도 미치겠습니다”라고 격정을 토로해 화제가 됐다.

 끝장토론이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규제의 빗장이 풀리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푸드트럭(Food truck)이다. 국토교통부는 끝장토론 닷새 만에 푸드트럭을 합법화했다. 그렇게 쉽게 풀 수 있는 규제라면 왜 진작에 풀지 않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번에 풀린 규제는 여전히 빙산의 일각이다. 아직도 풀어야 할 나쁜 규제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지방이다. 중앙부처가 만든 규제는 1만5269건이다. 반면 조례·규칙·훈령·고시·공고 등 지방자치단체 등록 규제는 5만2541건이다. 지방이 중앙의 3배가 넘는다.

 무엇보다 지방 규제는 건축·환경·위생 등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동네 규제’라서 더 중요하다. 지방이 ‘규제의 몸통’으로 불리는 이유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402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지자체 규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36.3%가 지자체의 조례·규칙과 지방 공무원의 행태를 기업의 규제 애로 원인으로 지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안전행정부가 지난해 지자체의 인허가 민원 처리 실태를 특별감사한 결과를 보면 황당한 규제 사례가 수두룩하다. 일례로 전남 진도군청은 ‘동식물 관련 건축허가 신청’을 관련 법에 따라 원스톱 처리가 가능한 복합민원으로 분류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민원인은 여러 부서에 불려 다니며 서류를 여덟 번이나 보완했지만 끝내 퇴짜를 맞았다. 공무원들의 ‘몽니 규제’로 민원인만 골탕을 먹은 것이다.

 부산 서구청은 한 건설업체가 공동주택 및 업무시설 건축 허가를 신청하자 건축법 등에 저촉되는 사항이 없었는데도 주민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임의로 만든 ‘인적 규제’다.

 정부는 2009년 모텔 등 소규모 숙박업소 영업 활성화를 위해 칫솔·면도기 등 1회용품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 그러나 서울 강남구 의회 등 전국 74개 지방의회는 5년이 넘도록 조례를 고치지 않고 있다. ‘시간차 규제’다. 이런 지방의회의 직무유기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불편과 피해를 끼친다.

 황당한 규제를 남발하는 지자체와 지방의회를 손보는 방법은 투표다. 깨어 있는 유권자들이 지방의 규제 횡포를 응징하는 기회로 6·4 지방선거를 활용해야 하는 이유다.

장세정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