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젊은이들의 종교의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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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우리주변에서도 종교에 귀의하는 젊은이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쾌락과 이기적 욕망추구로 상징되는 오늘의 사회를 살아가면서도 진지하게 절대자에 대한 귀의, 본질적 의문에 대한 해답을 구하고 있는 것이다.
70년대에 들어오면서 이들 젊은이들의 종교귀의경향은 특히 두드러졌다.
불교와 예수교·「가톨릭」교 등 주요종교에 대한 젊은이들의 귀의의 실상(본지 문화면보도)은 그러한 경향의 단적인 예다.
가령 「가톨릭」의 명동교회에 국한해 보더라도 71년에 전체 영세자 가운데 2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86%였으며, 이것이 다시 72년엔 75%, 73년엔 86%, 74년과 75년엔 각각 90%등으로 급격한 상승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비단 「카톨릭」교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기독교의 영락교회는 73년 89%, 새문안교회는 74년에 95%란 기록적인 입교자비율을 나타냈으며 불교조계종의 도선사도 75년 40%로 젊은 세대 입교의 획기적 증가를 보여주었다.
물론 「가톨릭」과 기독교의 경우, 젊은이들의 입교는 전부터 상당히 높은 비율을 점하였다고 하겠지만 기독교에 비해 대단찮은 분포라고 할 수 있던 불교에의 젊은이의 입교가70년대에 들어와 커다란 변화를 보인 것은 특기할 현상이다.
이 같은 경향은 물론 일시적인 현상이요, 아니면 혹은 현실에의 좌절과 무력감의 표현이라고 설명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통계적 숫자가 나타내는 변화의 의미를 분석하면 간단히 간과하기 어려운 사회학적 성향변화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현상을 통해 오늘의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삶의 문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올바른 것의 가치와 도덕적 준거를 굳게 지키려는 의욕을 뚜렷하게 나타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스런 현상이겠는가.
왜냐하면 흔히 말해지듯 젊은이들이 쾌락적 현재지향에 안주하여 청년문화다 퇴폐풍조다 하는 불건전한 성향에 빠져 기성가치관에 큰 갈등을 겪는다고 보는 것은 피상적 관찰일 뿐이라는 증거가 역력하기 때문이다.
실로 적지 않은 젊은이들이 기성세대의 몰이해와 위험시에도 불구하고 진지하게 생의 문제에 대결하여 대부분 건전한 가치관을 지키려고 종교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 오늘의 젊은이들이 급격한 사회변동 가운데서도 현대의 보편적인 여러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며 의욕과 순수성을 가지고 대응한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여기서 당연히 제기되는 물음은 현실적 사회부조리를 앞에 두고 종교는 과연 구태의연하거나 속수무책으로만 있을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오늘의 젊은이들은 그들 나름대로 단지 내세를 위한 기도나 이기추구적 기복만이 종교의 본령인가하는 물음에 자문자답하면서, 종교의 현실참여에 동의하여 종교적 귀의를 선택했다고 보아야하기 때문이다.
이는 젊은이들의 가치추구와 현실에 대한 긍정적 반응의 배경에는 절대자에 대한 의지와 함께 자기실존에 대한 엄격한 비판을 행하려는 태도가 역력함을 뜻하는 것이다.
특히 근래 젊은이들이 불교에 대해 적잖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민족고유의 정신적 기반을 추구하고 전통을 되살리려는 오늘의 의식적 노력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그런만큼 우리 젊은이들의 종교귀의 현상은 희망 있는 미래를 약속하는 건전한 젊은이들의 가치정향으로 인식되고 고무되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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