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공문제 전문가들이 본 주은래 사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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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주은래 중공수상의 사망에 대해 미국의 저명한 중공 전문가들은 본사 김영희「워싱턴」특파원을 통해 주은래 사망후의 중공외교정책, 미·중공「데탕트」, 중·소 분쟁에 미칠 영향, 주의 역사적 평가 등을 다음과 같이 중앙일보에 전해왔다.<편집자주>

<페어뱅크(하버드대 교수)>
주의 사망으로 중공의 외교정책에 변화가 오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주는 이미 오래 전부터 현직에서 사실상 물러난 상태에 있었고 등소평이 후계자로서의 위치를 굳혔다. 그러나 주가 미국사람들을 다루는 오랜 경험을 가진 인물이었다는데서 그의 죽음은 모의 죽음보다 슬픈 일이다. 그는 「마셜」장군·「덜레스」, 그리고 「키신저」를 상대로 담판을 한 중요한 경륜을 가진 사람이다.
주는 인간적인 사람이었고 그는 이견과 불평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포옹했다. 주는 바깥세계와 널리 접촉을 가졌다.
주은래의 역사적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모가 정책노선을 결정하면 주는 그러한 정책들을 실천했다. 주는 모의 혁명이념이 과열될 때마다 이를 견제하여 국가단결을 유지하는 큰 일을 맡았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의 중공을 모택동 시대라기 보다는 모택동 주은래 시대라고 부른다.

<톰·번스틴(컬럼비아대 교수)>
주가 미국지도자들과 가졌던 개인적 관계로 보면 그의 죽음은 미국의 손실이다. 그러나 국가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외교정책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주의 죽음 그것이 중공의 외교정책에 변화를 가져올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미·중공 관계에는 불확실한 점이 남아있다.「포드」대통령의 중공방문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주의 죽음이 중·소 분쟁을 완화하는 계기를 준다면 미·중공관계의 냉각을 예상할 수 있지만 모택동이 살아있는 한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본다.

<제럼·코언(하버드대 교수)>
주와 「키신저」미 국무 장관은 인간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그것을 바탕으로 화해정책을 추진했다.
반면 등은 「키신저」와 개인적 친분은 가지지 않고 공식적인 관계로 일관하고 「포드」미대통령과 「키신저」를 대하는 등의 태도는 냉담했다. 그런 점에서 주의 죽음은 애석한 일이지만 등 역시 국가이익에는 철저한 사람이기 때문에 국가이익의 실현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하는 화해에 변화가 있으리라고는 보지 않는다.【워싱턴=김영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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