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청객 황사 '이유있는 항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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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3면

황사는 봄의 불청객이다.

기상청은 올해도 예년과 비슷한 정도의 황사가 한반도를 덮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황사는 눈병과 호흡기 질환 등 각종 질병을 만들거나 구제역 등의 세균을 싣고 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봄만 되면 황사 걱정을 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그러나 황사는 항상 그렇게 일그러진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삼림과 토양.해양에 도움을 주는 순기능도 크다. 특히 중국에서 날아오는 황사는 이미 우리나라와는 불가분의 관계가 있을 만큼 자연현상 중의 하나로 자리잡은 상태다.

이 때문에 황사가 없으면 되레 우리나라 자연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토양 중화=보통 우리나라 삼림 토양은 pH5.2(중성은 pH7)로 산성화돼 있다. 도심의 경우 산성도가 더 심하다.

이에 따라 낙엽이 잘 썩지 않고 토양 속 미생물의 활동이 둔해져 식물의 영양분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 각종 유기물을 흙 속에서 썩게 하는 미생물의 수가 산성화 되면 급격하게 줄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사는 이런 산성을 중성으로 만드는 데 기여한다. 평소 산성비도 황사가 발생할 때는 pH7 내외로 중성을 띤다.

임업연구원 임지보전과 이천용 과장은 "황사에는 알칼리성을 띠는 석회.산화 마그네슘 등의 물질이 포함돼 있어 산성토양을 중화시키는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석회의 경우 농경지의 중화제로도 많이 쓰는 재료다.

◆적조 억제=황사는 바다 생태계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 황사는 황토가 미세한 먼지로 변해 바람에 날리는 형태다.황사는 적조 발생 때 바다에 뿌리는 황토와 같은 역할을 한다.

황토 입자가 플랑크톤이나 적조에 엉겨붙어 가라 앉는 성질이 황사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한반도 주변 바다에는 육지보다 더 많은 황사가 떨어진다. 황사가 없으면 적조가 더욱 기승을 부릴지도 모른다.

황사에 포함된 미량의 칼륨.칼슘.마그네슘 등은 어폐류 등 해양 생물에 영양분이 된다. 이런 물질이 많으면 문제가 되지만 황사에 포함된 양 정도는 약이 된다는 것이다.

◆황토의 주성분=황사 발원지마다 다르긴 하다. 우리나라에 오는 황사의 대부분은 주성분이 석영 60%, 석회와 알루미늄 각각 10%, 마그네슘.삼산화철이 5% 정도씩 섞여 있다.

나머지는 산화철.산화망간.산화납.탄산칼슘 등이 미량 포함돼 있다. 이 중 탄산칼슘은 중국 공업지역에서 배출되는 아황산가스와 결합해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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