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설작가의 생명은 독자를 이기는데 있다"|본보연재소설「바통」을 주고받으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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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앙일보는 절찬속에 연재중인 조해일작·「겨울여자』를 12월30일로 끝맺고 새해1월1일부터는 최인호작 『도시의 사냥꾼』을 새로 연재한다.
「바통」을 주고받는 조씨와 최씨는 같은 30대이며 초년대 작가군의 선두주자들.
이들 두작가의 대담을 통해『겨울여자』와 『도시의 사냥꾼』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초년대 우리문학에 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어본다.
최=『겨울여자』는 꽤 많이 읽혔던 것 같아요. 반응도 좋았구요. 그런데『겨울여자』라는 제목이 주는「이미지」는 다분히 비극적인데 어떻습니까.
조=『이화를 비참하게 만들지 말아달라』는 독자들의 요구가 많은 것을 보면 대개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 같지만 실상 이 제목에 대해 사람들은 오히려 따뜻한 것을 원한다, 모든 남성은 따뜻한 여성을 원한다, 이런데서 나온 것이지요.『도시의 사냥꾼』이란 제목 역시 매우 암시적이군요.
최=꽤 오래 생각한끝에 나온 제목입니다. 달콤하게 여자얘기나 써서 그날그날 독자를 즐겁게 해줄 자신은 있지만 오랜만에 쓰는 것이고 또 새로운 면을 보여주어야겠다는 생각에서 특이한 소재를 택하기로 한 겁니다.『사냥꾼』이란 남성의 본성을 상징한 것이지요. 따라서 이 소설은 낭성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별들의 고향』과 비교된다고 하겠습니다.
조=신문소설을 쓰다보면 구성이나 내용면에서 처음 구상했던 것이 뒤에 달라지게 되는 경우가 많은 모양인데 최형은 어떻습니까. 제 경우도 처음에는 여러세대의 남성을 등장시키려 했었는데….
최=자주 있지요.『내마음의 풍차』도 그랬고『별들의 고향』도 그랬습니다. 그전 신문소설의 단점이자 동시에 장점이 탈수 있는데….독자의 반응을 그때그때 즉각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런데 작가가 독자를 의식하는 것이 좋으냐 의식치 않는 것이 좋으냐는 문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조=의식하지 않을 수 없지만 되도록 염두에 두지 않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이것은 독자의 반응과는 별개문제가 되겠지요.
최= 그렇습니다. 『도시의 사냥꾼』에서 나는 우스꽝스럽고 희화적인 현대의 남성상을 부각시키려하는데 이건 물론 『독자들이 틀림없이 얘기속에 끌려들어 올 것이다』는 확고한 자신이 전제된 것은 아닙니다.
나는 독자들, 특히 신문소설독자를 이렇게 생각합니다. 물론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작가가 아무리 독자에게 「어필」하려해도 독자는 따라오지 앉아요. 작가는 오히려 독자를 선의에서 기만할 줄 알아야 합니다.
조=작가로서는 매우 대담한 발언이라고 생각되는데, 그러나 현대의 소설독자들은 매우 현명하지 않습니까. 호기심을 충족시켜 준다든가 하는 초보적 재미로는 독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을 것 같아요.
최=독자를 기만해야 한다는 것은 물론 독자가 현명하다 안하다 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지요.
가령 문학의 본질은 영원한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다, 현명한 독자는 이걸 안다, 그러므로 현명한 독자를 위해서는 문학성을 살려야 한다...이런 얘기가 나을법하지만 이건「난센스」예요. 특히 신문소설은 독자와의 매일매일의 승부입니다. 작가가 독자를 이기지 못하면 신문소설의 생명은 끝나는 것이지요.
조=한때 문학의 입장에서 보면 신문소설은 소모품이 아닌가하는 얘기도 있었습니다만 작가들이 쓰기에 따라서는 독자들에게 나날의 양식이 될수도 있다는 점에서 작가에게는 좋은「찬스」인 것 같아요.
따라서 신문소설을 쓰는 사람은「프로」기질이 몸에 배어 있어야 할겁니다. 「프로」작가라면 독자와의 약속도 철저히 지켜야하고 직업작가로서의 윤리도 지녀야 겠지요. 최형은 독자와 어떻게 약속하시겠습니까.
최=쓰기 전엔 아무말도 않겠다고 약속했지요(웃음). 그러나 이제까지 내가 해놨던 작업에 비해 매우 고독한 작업이 될 것 같아요.
나 자신에게도 생소한 세계가 전개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여튼 남자주인공의 사냥꾼다운 집요한 추적을 작가로서 집요하게 추적할 생각입니다. 인기 있었던 『겨울여자』의 뒤를 잇게 돼서 우선 기분이 좋군요. l년동안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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