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 내달 방일 … 강대 강 치닫는 중·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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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

중·일 관계에 또 악재가 터졌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4월 6~18일 일본을 방문한다고 주일 달라이 라마 대표사무소가 23일 발표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강력 반발할 것으로 보여 역사 문제와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 등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양국 관계가 더 악화될 전망이다.

 달라이 라마는 이번 방일 기간 중 2011년 3월 발생한 대지진과 쓰나미의 생존자를 위로하고, 도쿄와 교토에서 설법을 한다.

또 일본의 각계 인사 및 학자들과 만나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계획이다. 그는 그러나 일본 정치인들은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대표사무소 측 관계자가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18번 일본을 방문했다.

 중국 정부는 아직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2012년 11월 달라이 라마가 일본을 방문하자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은 “그는 종교의 탈을 쓰고 오랫동안 중국을 분열시키려 한 정치 망명객이다. 시짱(西藏·티베트)은 분리할 수 없는 중국 영토의 일부분이다. 우리는 어떤 국가, 어떤 사람도 달라이 라마의 분열 활동을 돕는 것에 반대하며 일본 우익 세력이 달라이 라마를 돕는 것은 중국에 대한 내정 간섭”이라고 비난했었다.

 당시 달라이 라마는 설법과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도네가와 스스무(利根川進)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의 대화 행사 등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을 찾았다. 그는 요코하마에서의 설법에서 시진핑(習近平) 당시 부주석 중심의 차기 중국 지도부가 정치 변화나 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중국 정부에 티베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조치를 취하고 티베트인을 강압 통치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그는 또 “티베트인들이 받는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으며 티베트인이 원하는 것은 자치이고 이 메시지를 중국 지도부에 보낸다”고 밝혔다.

 2009년 이후 지금까지 100여 명의 티베트인이 중국의 강압통치에 항의해 분신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분신 배후에 달라이 라마가 있다고 보고 그의 중국 입국을 막고 외국 방문도 반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분신을 막지 않을 경우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살인 방조죄까지 적용해 처벌하고 있다.

달라이 라마는 1959년 3월 중국의 티베트 점령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나 1만여 명이 사망하자 인도 다람살라로 피신해 망명정부를 수립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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