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물질 화마」에 「원시장비 소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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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해마다 증가추세에 있는 겨울철 대형화재의 대부분이 시장이나 고층건물 등에서 유류 및 「개스」취급 부주의로 일어나고 있으나 화마와 맞서는 소방당국은 이 같은 특수인화물질 소화에 필요한 특수소화액과 화학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 화재때마다 인명과 재산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27일 경찰집계에 따르면 올들어 10월말현재 전국에서 일어난 화재사고 3천3백41건 가운데 유류·「개스」·화학약품등 특수인화물질로 인한 화재는 6백3건으로 전체의 20%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소화자재 가운데 화공약품으로 된 특수소화액은 전체의 l백분의1에도 미치지 못하는 데다 화학소방차도 전체소방장비 5백71대의 4%에 불과한 21대 뿐으로 특수인화물질에 의한 화재에는 무방비상태를 드러내고 있다.
최근에 발생한 대형화재 가운데서 논산공설시장 화재(피해액8천7백20만원) 화성 봉재공장 화재(피해액2억2천9백97만원) 서울종로2가 삼립 「스낵·코너」화재 (피해액 2천5백만원)등 대부분이 유류 또는 화공약품 취급부주의로 일어나 유류등 특수인화물질 화재의 피해액은 지난해에 비해 18.5%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류·「개스」·화공약품에 의한 화재는 불이 나면 폭발적으로 급격히 확대돼 순식간에 대형화재로 번지고 있으나 일반화재 진화때 사용하는 물만으로는 진화가 어려울뿐 아니라 도리어 불을 부채질해 인화면적을 넓히는 결과를 빚게되는 것으로 지적되고있다.
소방당국은 특수화학화재에 대비, 화학소화액 2천4백ℓ, 분말 소화재 7백50㎏ 적재할수 있는 화학자동차 21대(대당 4만7천4백50 「달러」)를 보유하고 있으나 절대 숫자의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데다 화학소화액등 소화자재를 사들일 예산이 거의 없어 제대로 활용치 못하고 있는 실정.
민방위 본부에 따르면 76년도에도 소방예산 26억원(국비)을 요청했으나 국회예결위를 통과한 액수는 고작 12억8천만원. 이 가운데 11억4천만원이 인건비이고 장비·약품구입비는 전혀 계상돼있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소화약품뿐만 아니라 고가사다리 차나 특수장비 구입도 거의 지방비에 의존하지 않을수 없어 시설개선 및 보강이 어려운데다 화학총등은 구입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대구서문시장 화재의 경우 시장4지구 1층3열 점포에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은 10분만에 현장에 출동했으나 고가사다리차등 장비부족으로 4시간10분 동안 불을 잡지 못하고 시장의 절반이상을 불태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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