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근세 인적공제 7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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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래 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근로소득세의 부담이 내년에는 다소 줄어들 것이 분명해졌다. 다만 정부-여당이 제시한 대안에 비추어 그 줄어드는 폭은 최소에 그칠 것 같다.
정부-여당은 25일 근로소득세의 인적공제를 5인 가족기준 월 5만5천원에서 7만원으로,「보너스」에 대한 연간 특별공제를 현행 월급의 1백%(12만원한도)에서 2백%(14만월한도)로 확대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 정도의 공제 폭 확대는 야당이 제시한 최종안이나 많은 봉급생활자들의 기대에는 미흡하다는 느낌을 털어 버리기 어렵다.
원래 행정부 측의 반대를 무릅쓰고 근로소득세의 경감문제가 여당자체에서부터 제기된 까닭은 유류파동이후에 진행된 엄청난 물가상승에 비추어 가계보호를 현실화시킬 필요를 절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74년1월 현행 소득세법이 시행된 이후 전국 도매물가 상승률은 74년이 44·7%,금년이 억제 선을 지켜도 20%로, 74년 초 대비 도매물가상승률은 73%가 넘는 셈이다.
그러므로 소득세법을 개 정하는 이상 이 같은 물가상승률이 흡수 되도록 하는 게 가계보호란 견지에서는 합당한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러한 원리나 사정을 행정부 측이라고 해서 모를 리가 없으나 막대한 국방비지출과 공무원처우개선 자금 염 출 등 재정수요를 생각하다 보니 가계보호에 우선 순위를 두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새해 예산은 자주국방력강화와 경제난국타개를 위한 재정투융자, 그리고 서정쇄신을 뒷받침할 공무원처우개선이 팽창의 대종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정부·여당으로서는 선뜻 삭감하기가 쉽지 않게 되어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긴 절한 재정수요충족만큼이나 가계의 보호도 소홀히 해선 안될 일이다. 공무원 처우개선이 내년 정부시책에서 우선 순위를 차지하게 된 데서도 안정된 가계가 사회안정과 기강에 미치는 함수관계를 엿볼 수 있다.
이렇게 가계의 보호는 재정수요의 충족에 못지 않게, 같은 수준의 정책차원에서 배려되어야 할 일이다.
정부가 발표한 75년 1·4분기현재의 가구 당 실태생계비 월 7만2천9백60원과 그후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한다면 내년 초의 실태생계비는 적어도 8만원이 넘으리라 예상된다.
그렇다면 팽창하는 재정수요 상 물가상승률만큼의 근로소득세 현실화는 이루지 못하더라도 실태생계비만이라도 배려되었으면 하는 요구마저 무리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원래 세수감축을 위해 가장 합리적이고 손쉬운 방법은 재정규모의 삭감이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다른 방법을 강구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우선 세수추계의 현실화를 꼽을 수 있다. 지금까지의 예를 보면 대개 세수추계가 실적보다 낮게 책정되었던 게 일반적이다.
그것은 추경예산편성을 예측해서 그런 경우도 있었고「인플레」로 세수잉여가 생긴 경우도 있었다.
이미 정부-여당은 세법개정안의 대안을 제시하면서 세수추계의 조정을 통해 I백억 원의 새로운 세수를 발굴해 냈다.
이로써도 부족하다면 각종 조세감면을 개별적으로 엄밀히 검토, 축소 조정하는 것도 그다지 힘들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재정과 가계를 어떤 정책차원에 놓고 보느냐에 해결의 관건이 있는 것 같다.
국회에서 가계보호문제가 진지하게 제기돼 부족하나마 봉급자의 세 부담이 줄어들게 된 것은 여하튼 잘된 일이다.
다만 재정수요와 가계보호가 같은 수준의 정책차원에서 균형 있게 다뤄졌으면 하는 게 우리의 희망이다.
따라서 이번에 재정수요 상 불가피하게 가계보호가 합리적으로 이룩되지 못한다면 내년에라도 이를 반드시 이루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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