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미셸 위, 1R 페어웨이·그린 적중률 100%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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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호 23면

22일(한국시간) LPGA 투어 JTBC 파운더스컵 2라운드가 열린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와일드파이어 골프장. 불같은 태양이 내리쬐는 거친 서부 사막 골프장에 나온 132명의 골퍼 중 가장 목이 타는 사람은 누구일까. 투어 카드를 잃을 위기에 몰린 무명 골퍼일까, 부푼 꿈을 안고 LPGA 투어에 처음 나온 루키 골퍼일까. 아니면 다시 부활을 꿈꾸는 골퍼일까.

LPGA 투어 JTBC 파운더스컵 대회

 이들 중 한 명인 미셸 위(25)가 불꽃같은 샷을 날리고 있다. 미셸 위는 이날 자신의 아홉 번째 홀인 10번 홀부터 1번, 2번, 3번 홀까지 4연속 버디를 잡아내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딱 10년 전인 2004년 15세 소녀로 남자대회인 PGA 투어 소니 오픈에 나가 68타를 칠 때 나왔던 그 자신감 있는 표정이 다시 나왔다. 2R 현재 선두에 5타 뒤진 8언더파로 공동 8위를 기록중이다.

 미셸 위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미셸 위는 올 시즌 3경기에 나가서 13위, 9위, 4위를 차지했다. 22일 현재 상금 랭킹 9위, 평균 타수 6위다. 이번 대회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면 순위는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미셸 위는 지난해 상금 랭킹이 41위, 2012년에는 64위였다. 냉정히 말해 중하위권 선수였다.

 어려서부터 남자 대회에 나가면서 다치고, 자신감을 잃어 드라이버 입스와 퍼트 입스에서 헤매던 미셸 위는 올해 엘리트 선수로 부활하는 모양새다. 미셸 위는 1라운드에서는 페어웨이 적중률 100%, 그린 적중률 100%라는 완벽한 경기를 했다.

‘ㄱ’자로 허리를 굽힌 퍼트는 이제 미셸 위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우스꽝스러운 퍼트 자세에 놀림도 많이 받았다. 숱한 비판에도 자기만의 퍼트를 지키고 있는 미셸 위는 올 시즌 JTBC 파운더스컵에서 부활을 꿈꾸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이맘때는 달랐다. 남자 프로 골퍼인 이언 폴터는 “끔찍해서 못 봐주겠다. 누가 저걸 하라고 했는지 몰라도 그의 뇌를 검사해봐야 한다”고 트위터에 썼다. 허리를 90도로 굽힌 미셸 위의 퍼트 어드레스 자세를 보고서다. 다리를 넓게 벌리고 허리를 굽히는 모습이 마치 다리 긴 기린이 물을 마시기 위한 자세 같다고 빈정대는 사람도 있었다. 미셸 위 자세 패러디가 인터넷을 휩쓸었다. 골프 명예의 전당 회원이자 미국 골프 채널의 LPGA 투어 해설가인 주디 랭킨은 말을 매우 조심스럽게 하는 사람인데 “솔직히 얘기해 저렇게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움직임을 제한하고 터치 감을 나쁘게 한다”고 비판했다.

 올해 미셸 위의 성적이 좋아지자 분위기는 또 바뀌었다. 랭킨은 “미셸 위의 퍼트 자세가 지난해처럼 딱딱해 보이지 않는다. 올해는 부드러워 보이고 미셸 위에게 잘 맞는 것 같다”고 했다. 함께 LPGA 투어를 중계하는 골프 채널 캐스터는 “미셸 위는 다른 사람이 뭐라고 비난해도 상관하지 않았고 자기 길을 갔다”고 맞장구를 쳐줬다.

 미셸 위의 퍼트도 좋아졌다. 90도로 허리를 꺾기 전인 2012년과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평균 퍼트 수가 2012년 31.16에서 올해 30.58개로 개선됐다. 그린 적중 시 퍼트 수도 1.892에서 1.810으로 줄었다. 그러나 그래봐야 중하위권이다. 순위로 보면 119위에서 70위권으로 올라온 정도다. 미셸 위의 올해 평균 스코어는 70.06으로 6위인데 이런 선수의 기록으로는 약점이라고 봐야 할 수치일 뿐이다. 허리를 꺾고 나서 터무니없이 짧은 퍼트를 빼는 경우가 줄어들긴 했지만 긴 퍼트를 넣는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은 예전과 마찬가지다. 미셸 위의 불편해 보이는 자세는 오랫동안 몸에 익었다고 하더라도 계속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컨디션에 따라 허리의 각도가 올라가고 내려간다.

 미셸 위의 퍼트 수가 준 것이 퍼트를 잘해서인지 아이언샷을 과거보다 핀 옆에 가까이 붙여서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올해 미셸 위의 그린 적중률은 78%다. LPGA 투어 선수 중 4위다. 이번 대회에서는 더 높다. 무려 93%였다. 반면 이번 대회에서 평균 퍼트 수는 30개로 중위권에 불과하다.

 미셸 위의 부활은 그린에서 나온 것이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아버지 위병욱씨는 “퍼트 연습만 한 게 아니라 여러 가지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기록으로 봐서 미셸 위가 가장 달라진 부분은 롱게임이다. 미셸 위와 1, 2라운드 함께 경기한 페테르센과 웹은 모두 호쾌한 장타자였지만 미셸 위의 거리가 더 나갔다. 미셸 위는 두 선수에 비해 드라이버를 잡지 않은 홀이 더 많았다.

 미셸 위의 아이언샷도 부쩍 좋아졌다. 7번 홀에서 미셸 위는 워터 해저드에 바짝 붙어 있는 핀을 보고 쐈다. 오랜 슬럼프에 빠져 지내는 동안 그는 야구로 치면 몸 쪽 공을 던지지 못하는 투수 같았다. 핀이 해저드 근처에 있으면 그린 가운데나 반대쪽을 보고 쳤다. 미셸 위는 10년 전 두려움 없이 샷을 하던 소녀처럼 핀을 보고 쐈다.

 미셸 위가 정상급 선수로 돌아온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쇼트게임도 롱게임도 아닌 그의 마음가짐일 수 있다. 허리를 꺾는 자세는 매우 힘들다. 여성으로서 민망하기도 하다. 미셸 위는 수많은 놀림을 받으면서도 버텨냈다. 다시 성공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미셸 위가 허리를 꺾은 것은 퍼트를 더 잘하겠다는 실용적인 생각이었겠지만 그럼으로써 자신이 얼마나 성공을 원하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힘든 LPGA 투어를 포기하고 일본 투어로 간 신지애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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