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박사 탄생 놓고 한·양의 가부 논쟁 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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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한의학 박사학위 수여문제를 놓고 한의학계와 양의학계가 심한 의견대립을 빚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당해 학교인 경희대 대학원 측은 이 달 말까지는 문교부의 대학원교육 개선방안이 확정, 내년2월 졸업식에서 첫 한의학 박사학위를 수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는 반면 의학계에서는 절대로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정반대의 의견을 갖고 있다. 이러한 의견대립의 배경, 양측의 입장과 합리적인 문제해결방안을 알아본다.
한의학 박사학위 수여문제는 지난2월 경희대 대학원이 학위논문심사위원회를 구성하면서부터 표면화되기 시작했었다.

<정부방침 곧 결정>
동교 측은 구제박사학위 취득요건을 갖춘 동 교의 대한의학과 노정우 강효신 구본홍 최용태 유근철 교수 등 5명에게 학위논문을 제출토록 했었고 이에 따라 동 교 의대·약대교수 3명과 서울대·중앙대·숙명여대 등의 부교수 2명씩으로 구성된 학위논문 심사위원회에서 그 동안 각각 다섯 차례의 심사를 진행, 이미 4명의 논문은 심사를 끝냈으며 나머지 유 교수의 논문도 실험이 끝나는 대로 최종심사를 할 것이라고 말하고 한의학박사를 포함하는 문교부의 새 학위 수여규정이 이달 중으로 확정될 예정이어서 학위수여문제는 결정된 거나 다름없다고 잘라 말하고 있다.

<엇갈린 동서의학>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의학계에서는 우리나라가 한의학의 종주국이라고 생각한다면 국제적 공인을 받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한방이 관념적 형이상학적이라는 주장에 앞서 논리의 체계화와 과학적 입증이 있어야 할 것이며 현 시점으로서는 학위수여문제보다는 오히려 동서의학의 일원화문제가 더 선결문제라는 것이다.
또 어떤 이는 논문심사위원 구성자체도 객관성을 결여한 모호한 인선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어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전매특허 아니다>
이에 대해 한방 계는 학위는 일부 학문만의 전매특허가 아니며 동서의학이 상호 협조하는 가운데 인술의 발전이 있는 것이라고 전개하고 방법론과 인식론, 즉 학문의 체계가 다를 뿐 다루는 인체나 질병은 동일한 터에 한의학만을 경시하는 것은 학문을 독점하려는 문화적 식민지 근성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 이 시점에서 현재의 한의학교육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잠시 살펴보면 경희대의대 한의학과의 경우 점원80명(본과는 현재40명)에 교수 3명, 부교수 6명, 조교수 13명, 전임강사 10명이 있으며 커리큘럼은 예과에서 비교해부학·세포학·유전학·발생학·인체해부·생화학·본 초 학 등 이며 본과에는 한방고전·조직학·생리학·병리학·경혈학·진단학·기생충학·침구학·방제학·법의학·예방의학, 그리고 임상실습 등으로 짜여져 있으며 대부분 의대교수들의 협조를 얻고 있는 실정이다.

<과학적 체계 필요>
그러나 한의학과 강의를 맡고 있는 일부 교수와 학생들은 현재의 교육내용이 한방과 양방의 이질적인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자인하고 있다.
결국 한의학 박사학위 수여문제는 철학적인 접근방법을 택하고 있는 한방의 과학적인 체계화가 앞서야 할 것이다. 학위의 수여는 현실적으로는 권위를 부여할지 모르나 장기적 안목에서 볼 때는 의학의 발전을 저해하는 단견이라고 의학계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단순한 물리적인 결합상태의 교육체계를 탈피해야 하며 이를 위해 한방연구소 같은 기관을 국립 대나 또는 국가기관으로 설립, 우선 한방의 과학적·논리적 체계부터 세우는 것이 한방의 앞날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의학계가 투약방법의 개선과 치료 메커니즘의 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 하겠다. <신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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