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타개 공동노력 재확인에 의의|랑부이에 선언의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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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파리=주섭일 특파원】파리 교외의 고성 랑부이에 에서 3일간의 통조림 회담을 통해 선진 6개국 정상들은 30년대 대공황이후 최악의 위기에 있는 세계경제를 구출하기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원칙엔 합의했다. 이른바 랑부이에 정신의 탄생이다.
▲통화=이번 회의를 통해 가장 두드러진 성과는 이제까지 거의 숙명적으로 대립해 온 미-불 양국이 국제통화 개혁문제에 대해 타협을 보았다는 점이다.
즉 고정환율제로의 복귀를 주장하는 프랑스가 『극심한 시세변동을 막기 위한 중앙은행의 개입강화』라는 조건은 달았지만 변동환율제를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로써 교착상태에 빠졌던 국제통화협상의 가장 큰 매듭이 풀린 셈이며 내년1월 자메이카에서 열리는 IMF잠정 위의 순항이 기대된다.
▲실업·인플레=또 인플레를 재연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경기회복 책을 쓰는데 공동보조를 취하고 보호무역주의의 포기를 약속했다.
이제 세계는 한 배를 탔으며 한나라만의 번영이나 안정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정상들은 충분히 인식하고 이를 위해 공동 협조키로 한 것이다.
구체적인 협력방안은 앞으로 각국의 정책을 통해 실현될 것인데 비록 협력원칙엔 합의했다 해도 그 행동엔 각국의 이해가 상반되므로 계속 조정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실업문제는 포드 대통령이 가장 적극성을 보였는데 이는 다가오는 선거와도 관련이 있다.
이번 회담에서 영·이·불 등은 국제수지에 여유가 있는 미·서독·일본 등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경기회복 책을 쓰도록 촉구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세계무역=세계경기회복을 위해선 교역의 확대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각국은 국제수지방어를 위해 무역장벽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선 각국이 보호무역정책을 안 쓰기로 합의를 봤다. 또 동경선언에 따라 신 국제라운드를 조속히 추진하여 77년까지 협정을 체결키로 스케줄을 정했다. 각국이 당면한 국제수지방어책과 무역의 확대가 어떻게 조화될 것인지가 앞으로의 과제다.
▲에너지=산유국과의 대화를 계속하면서 대체에너지 개발과 에너지 절약에 공동 노력키로 했다.
이에 따라 오는12월16일로 예정된 국제경제협력회의에도 적극 참여키로 했으나 산유국과 대립 아닌 대화를 어떻게 모색할 것인지 관심거리다.
▲개발도상국원조=개발도상국의 극심한 외화부족을 보전해 주고 수출의안정화를 뒷받침한다는 원칙엔 합의했으나 구체적인 방안엔 언급이 없다.
6개국 정상회담 자체가 부자들의 모임이고, 또 관심도 강대국들의 문제에 집중되었기 때문에 개도국문제는 역시 구색 정도가 되었다.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는 앞으로 나타날 각국의 정책을 보아야 알 수 있겠지만 서방최강 6개국 수뇌들이 당면한 세계경제난국을 그대로 인식, 이를 타개하기 위해 공동노력을 다짐하고 상호신뢰를 재확인했다는데 가장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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