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고들빼기(방옥숙여사의 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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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라도지방의 김장김치는 맵고 짠 양념에 진득한 각종 젓갈을 더해 독특한 맛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통배(이)와 유자를 넣어 동치미를 담그고 깊은 산에서 캔 산다를 소라젓에 버무려 김치를담그는등 맛의 사치가 대단한 고장이기도 하다.
전북 고창이 고향인 시인 서연주씨댁 별미김치는 고들빼기 김치. 부인 방옥숙여사(56)가 손수 고향에 부탁해 구입하는 재료로 만든 것이다.
방여사의 김장채비는 양력 5월초 멸치젓을 담그는 것으로 시작된다. 맛있는 젓갈이라야 김치가 제맛을 내기 때문이다. 『통통하게 알이 밴, 너무 크지않은 중간치의 멸치가 젓갈맛이 좋아요.』 고들빼기는 봄부터 늦가을까지 전라도지방 산과 들에 흔하게 돋아나는 꽃상치과의 1년초. 이것에 갖은 양념을 하여 담그는 고들빼기김치는 쌉싸레한 향기와 젓갈맛이 어우러진 전라도 김치로 유명하다.
『고들빼기는 그 뿌리의향기가 좋아요. 뿌리째 손질하여 시거운 소금물에 1주일쯤 담갔다 쓴맛이 가신후 멸치젓과 갖은 양념에 버무려 익혀요.』 전라도지방에 주로 많이 야생되는 고들빼기는 잎이 무성하고 뿌리가 굵은 것이라야 김치맛이 좋다. 양념은 온마리째의 멸치젓과 파·마늘·고춧가루·통깨를 넣는다.
『소라젓을 함께 넣기도하고 찹쌀풀에 양념을하여 버무리기도하는데 우리집에서는 그냥 양념에 버무려 넣어요.』 방여사는 되도록이면 고들빼기 자체의 독특한 향기를 살리기위함이라고 설명한다.
고추는 반도시 전라도 순창산을 직접 현지에서 구입해다 쓰는데 김장용은 씨째 절구에 빻은것만을 사용한다.
『순창고추라야 감미가 도는 매운 맛을 낸다』는 서연주씨의 맛의 취향은 그 정도로 섬세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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