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째 대입 예비고시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76학년도 대입 예비고시가 12일 전국 각 시·도에서 일제히 시행된다.
이번 고시에는 모두 25만3천6백여명이 응시, 그중 약 반수인 12만8천여명이 합격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시 그 중의 반수만이 대학입학의 기회를 갖게 되는 젓이다. 따라서 올해에도 낙방의 고배를 마시게 될 젊은이들은 줄잡아 19만명을 넘는다. 고시에 임하려는 모든 수험생들의 건투를 빌면서도 해마다 누적돼가는 이들 낙방생 문제에 대해 새삼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올해로써 8년째에 접어든 대입 예비고시제는 그동안 소극적인 의미에선 그 나름의 공헌이 없지 않았다. 수준이하 대학진학 희망자들을 1차적으로 가려내어 대학별 입시경쟁률을 상당히 낮추게 한 점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매년 대학입학 정원의 2백% 이내를 합격자로서 선발하는 이 제도가 그것을 위해 소모한 시간이나 정력 또는 경비 등을 정당화할 수 있을 이만큼 적극적인 가치를 가졌느냐는 여전히 회의적이라 할 수밖에 없다. 예년의 경험에 비추어, 7개 과목의 성적평균이 45점 안팎(1백점 만점기준)인 「합격자」들에게 1년간 유효기간의 대학입학응시자격을 인정해주는 이 제도가 그 자체로서 과도한 대학진학열을 식히는 역할을 못하고 있음은 물론, 그로써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에 직접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8년간 대입예비고사 지원자와 낙방자 수는 해마다 급증일로에 있어 이 제도가 의도했던 과도한 대학진학열을 식히지 못했음은 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대입예비고시 합격률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한 각 고교당국자의 교육적 처사와 대입예비고시 합격자 중에서도 다시 맛보게 되는 낙방의 심리적충격 등이 빚어내고 있는 새로운 사회문제 등도 또한 외면하지는 못할 것이다.
대입예비고시제가 안고있는 이 같은 모순은 실상 내재적인 것으로, 그것은 한 나라 교육제도의 중요한 기둥이라 할 입시제도, 그 중에도 특히 대학입시제도를 대학교육 본래의 이념이나 그 장래에 대한 「비전」보다, 단순히 기술적인 차원에서만 만지작거려온 타성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대학진학자의 자질을 평가하기 위한 제도를 만든다 하면서 절대적 학력과는 관계없이 매년 대학입학정원의 몇 %를 합격자로 한다는 기준 자체가 이미 자질문제와는 직접적 연관이 없는 것인데다가 그것이 한나라에 있어서의 고등교육인구구조에 대한 발전적인 모형설정 이라든가, 여타 교육기관인구와의 유기적 연관성 유지, 또는 대학의 자율·자치개념의 저촉 여부 등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안목과는 거의 무연한 것이었기 대문이다.
이리하여 현행 대입예비고시제는 그동안 몇차례의 요강변경으로 합격자선정비율의 증대, 합격효력의 지역별 제한, 지원대학 입시성적에의 반영도 제고 등 몇가지 개선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근본적인 모순을 끝내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이제 내일로 박두한 올해 대입예비고시에 즈음하여 우리는 그 결과가 과거 7년간의 그것들과 함께 오직 이 지도의 발전적 극복을 위한 평가자료로서 활용되기를 기대할 뿐이다.
본란이 누차 지적한 바 있듯이 이 제도는 선진자국의 GCE나 「바카로레아」 등과 같이 장차 완전한 대학입학자격검정제도로 전환하거나 아니면 대학정원제도 자체의 근본적인 재검토를 전제로 합격자의 선정방법 및 그 효력의 유효기간 등에 보다 융통성 있는 기준을 도입하는 것이 절실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