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홍수…대사진의 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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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분쟁 당사국들과 「유엔」의 끈질긴 설득도 뿌리치고 기어이 실력행사를 선언한 「하산」 「모로코」국왕의 출발명령이 떨어지자 선발대 4만명은 선발대에 뽑힌 영예를 자랑하듯 기쁜 얼굴이었으며 이들의 대부분은 「하산」왕의 대행진계획이 발표되고 나서 맨 먼저 집결지로 달려온 자들이었다.
「모로코」무장차량은 보이지 않았으나 군경이 함께 기관총들을 내려놓은 「지프」들로부터 교통을 정리하고 있었다.
35만명의 「사하라」대행진은 마치 「세실·B·데밀」감독의 서사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 했다.
이 거대한 갈색 땅과 관목과 선인장의 황무지가 과연 누구의 땅인지를 밝히는 아무런 표시는 없었으나 길을 따라 곳곳에 「스페인」어와 「아라비아」방언으로 지뢰매설을 경고하는 표지는 선명했다.
「코란」이외에는 아무 것도 손에 들지 않은 채 11세 이상 각계각층 남녀노소로 이루어진 대홍수는 상오 중반 먼지 이는 국경선을 돌파했다. 이들은 국경을 넘으며 위대하신 「알라」신에게 기도하기 위해 잠시 멈추어 섰다. 그런 후 그들은 애국「슬로건」과 「하산」왕의 초상을 높이 들고 국경선을 넘었다.
「터번」을 쓰고 해진 회교도복장을 한 농부들에서부터 청바지의 도시부랑아·잘 차려입은 대학생·민병대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복장으로 이루어진 이들의 물결은 「스페인」군이「불도저」를 사용, 흙더미를 쌓아올려 길을 막아놓은 지점에서 멈추어 섰다. 이 흙으로 만든 둔덕 뒤에는 세줄의 가시 철조망이 이 황무지에 거대한 호를 그리며 놓여있었고 약 반「마일」떨어진 능선에는 군인들을 적재한 60여대의 「스페인」무장차량이 늘어서 있었다.
대열이 국경을 넘어 9km쯤 되는 광산지대에서 일단 멎고 급식이 시작되자 대원들은 피로를 잊은 채 식사에 열중했다.
행진대열이 멈춘 지점에서 바라다 보이는 철책 뒤에는 「스페인」의 중장갑차·M-105 자동야포·M-48「탱크」 등의 모습이 보였다. 「알제리」가 지원하는 「사하라」해방운동「플리사리오」 전선「게릴라」들도 「스페인」방어선 후면을 방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발대 중에는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가봉」 등에서 온 대표들과 개인자격으로 온 영국인 3명이 끼어있으며 외국기자 3백50명이 행진대의 뒤를 따르면서 취재했는데「오스만」수상은 「아랍」국 대표들에게 정중한 인사를 전했다.
국경을 넘어 행진이 계속됨에 따라 모래먼지와 열풍을 견디지 못하는 여성 지원자들 등 수백명의 행진대원들이 뒤쳐져 행진대열을 재편성하기도 했다.
둘둘만 담요와 배낭을 등에 메고 물주머니를 옆구리에 찬 4만명의 행진대열은 마치 구름과도 같은 모래먼지를 일으켰으며 행진대열의 뒤에는 구급차들이 뒤따랐다.
행진 대열의 선두에는 「모로코」인 평화대행진에 동조하는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요르단」 「가봉」 등의 국기들이 휘날렸으며 그 뒤에 거대한 「모로코」기가 뒤따랐다. 【외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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