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京 장관·비서관들 "전세 구하기도 빠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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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도 절도 없는 서울에 올라와 적응이 잘 안된다" "무슨 집값이 이렇게 비싸냐. 지방 집을 팔아도 서울 전세 값이 안 나온다".

지방에 집을 둔 새 정부 고위 공무원들의 푸념이다. 이들 중 대부분은 임명장을 받은 후 거처 마련에 상당한 애로를 겪었다. 지금도 서울에 집을 산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전세나 월세다. 아직까지 친구나 친척집에서 더부살이하는 경우도 있다.

김두관(金斗官)행자부장관은 목동의 친구 월세방에 얹혀 살고 있다. 부인이 주말마다 올라와 반찬을 만들어 놓고 내려간다.

최근 도화동에 30평 아파트를 1억7천5백만원에 전세냈다. 다음달 중순 입주할 예정이다. 전세금 중 7천5백만원은 농협에서 대출받았고, 나머지는 친척들에게 빌릴 예정이라고 한다.

권기홍(權奇洪)노동부장관은 구로동 누이동생 집에 기거하다 지난 18일 사당동에 24평짜리 아파트를 전세 1억2천만원에 얻었다. 전세금은 노동부 예산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허성관(許成寬)해양수산부장관은 도원동에 40평 아파트를 보증금 5천만원, 월세 1백50만원에 얻어 부인과 함께 입주했다. 역시 부처 예산이다.

이 때문에 두 장관에 대해서는 편법 예산지원 논란이 있다. '관사 마련을 위해서는 매년 2월 말까지 다음 연도의 청사수급 관리계획안을 작성해 행자부장관에 제출해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부처 관계자들은 "장관 개인돈으로 거처를 마련하는 게 원칙이지만, 장관의 형편상 예산에서 우선 집행했다"고 말했다.

許장관은 "국민의 부름을 받은 만큼 최소한의 업무여건은 마련돼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지방 출신 장관의 관사에 대한 합리적인 선례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영동(趙永東)국정홍보처장은 분당 친구집에 방 한칸을 얻어 거처 중이다. 최근 서대문구에 38평 아파트를 전세 2억2천만원에 계약했다. 부산 집은 팔려고 내놨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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