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 "좀 더 버티면 이라크 勝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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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영국 연합군 공격에 대한 이라크군의 예상 밖의 거센 저항에 이웃나라 요르단을 비롯한 아랍권 국민들이 한편으로 놀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크게 고무되는 분위기다.

특히 이들은 나시리야에서 이라크군이 미군을 포로로 잡는 등 연합국 측에 많은 손실을 끼친 데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게다가 알자지라를 비롯한 아랍권 방송들은 아랍인의 반미감정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출신 요르단인 마흐무드 자바(32.컴퓨터 기사)는 "미군이 이라크 땅에 발을 딛기만 하면 며칠 내에 바그다드가 점령될 줄 알았는데 정말 놀랍다"며 "이달까지만 잘 버티면 본격적인 모래폭풍 계절에 이어 다음달 폭염이 시작돼 승산이 없지도 않다"고 흥분했다.

이집트인 식당 종업원 칼리드 아흐마드(20)도 "1차 걸프전 때는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침략하는 잘못을 저질러 패배했지만 이번엔 이유없이 이라크를 침략한 미국을 알라께서 벌할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아랍권 국민들의 자신감은 이라크 입장을 반영하는 보도가 많은 아랍권 방송들에 기인한 바 크다.

알자지라 방송은 연합군이 바스라를 점령했다는 서방 측 보도가 나오자마자 바스라의 방위군 사령관 인터뷰와 함께 평상시와 다름없이 생활하는 바스라 시민들의 일상을 비춰주기도 했다.

덕분에 이라크 제2의 도시 바스라가 점령당했다는 보도에 위축됐던 아랍인들의 이라크 지지 열기는 더욱 고조됐다. 동시에 서방 언론에 대한 불신감은 한층 강해졌다.

부인이 이라크인이라는 요르단인 무하마드 알할라(43.포목상)는 "미군이 이라크를 해방시키러 왔다면 어떻게 움카스르를 점령한 뒤 성조기를 게양할 수 있느냐"는 알자지라의 방송 논평을 고스란히 되풀이했다.

여대생 달리야 함자(20)는 "미군 포로를 TV로 방송하는 게 제네바협정 위반이라면 왜 미국은 줄줄이 끌려가는 이라크군 모습을 방송하게 내버려 두느냐"고 따지듯 말했다.

암만(요르단)=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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