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근대화에 대학이 큰 역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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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현대일본의 사회와 문화』를 주제로 한 국제학술대회가 한국일본학회(회장 구병삭·고대교수)주최로 l, 2일 양일간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렸다. 이 학술대회는 동경대 총장 「하야시」 박사가 초청되어 주목을 끌었는데 다음은 「하야시」 총장의 『일본의 사회와 대학』, 그리고 「E·G·사이덴스티커」교수(미「미시건」대)의 『일본문학의 특징』을 요약한 것이다.
『명치유신이후 일본의 근대화 과정은 일본의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서구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세계사적으로도 드문 일이었다. 이 근대화 과정에서 특히 서구의 전통적인 대학제도를 도입하면서도 일본민족의 자립이라는 근대화이념에 충실할 수 있도록 대학제도를 바꿔 수용할 수 있었던 일은 큰 역할을 한 것이다.』
1일 상오 10시 한국일본학회(회강 구병삭) 주최의 국제학술대회에 특별연사로 참석, 『일본의 사회와 대학』을 주제로 강연한 「하야시·겐다로」(임건태낭·동경대총장)씨는 일본근대화 과정에서 대학의 역할을 강조했다.
막부정부 말기로부터 명치 초기까지 일본전국의 각지방에서 선발한 3백명을 동경에 모아 양학을 가르친 것이 1877년 동경제대창설의 기반이 되었다고 한 「하야시」씨는 「유럽」제국에서 볼 수 있던 일부 유력한 가문이나 귀족자제교육을 위한 대학이 아닌 보편적 기준에서 본 유능한 인재를 교육할 수 있게 됐던 것이 일본근대화과정을 크게 도왔다고 말했다.
처음 동경대 창설 때는 주로 독일의 대학제도를 모방, 법학·문학·의학 등 3개 부문을 중시했으나 1886년 제국대학으로 바뀌면서 농학·공학부 등이 창설되고 이 부문의 교육과 연구에 중점을 두게됨으로써 명치유신과 일본의 산업혁명을 크게 도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학문을 위한 학문으로서 철학도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었고 전체적으로 당시의 일본대학제도의 변화·적용과정은 훌륭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오늘날 일본사회는 고도로 대중화뇐 사회이며 기술혁명의 진전이 빠른 공업기술사회로 변했다고 말한 「하야시」씨는 대학의 문·법·의·공학부 등 부문들이 전문화하고 새롭게 개발되는 기술변혁과정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런 과학기술부문의 적응과 함께 철학·문학 등 인문교육문제도 점차 심각해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것은 오늘날 대학이 『인격이 아닌 결과만을 요구』하는 사회적 「모빌리티」의 나쁜 면을 따라 양적 팽창만을 거듭해온 결과였다는 것이다.
일본의 국민생활이 향상되고부터 고등학교로부터 대학에의 진학율은 급격하게 높아갔다. 예를 들면 60년의 10%, 작년 13%에서 70년에는 17%, 74년에는 25% 가까이 육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결과 현재 일본의 종합대학수는 국립대 83개를 포함, 4백여개에 이르고 단과대학도 5백여개에 이르러 모두 9백여개.
이런 대학교육의 양적팽창은 ▲학력의 저하 ▲국가예산의 부족 ▲대학운영난을 초래하고 「좋은 대학」과 「나쁜 대학」의 격차를 크게 함으로써 사회일부에서는 대학진학을 위해 국민학교부터 특수교육을 시키는 등 문제점을 나타내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중사회라고 할 때 흔히 많은 사람들은 대중을 단순한 양적 집합으로만 생각하고 개체의 인격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하야시」씨는 오늘날 대학의 사명은 『양적대중과의 투쟁』이라고 말했다.
인간교육이 보다 강조되어야하고 질적으로 높은 교양을 함양할 수 있는 대학으로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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