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국정원 대공수사팀장 소환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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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중앙지검 증거조작 수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은 19일 국정원 윗선 간부급 가운데 처음으로 이모 대공수사팀장(3급)을 전격 소환 조사했다. 수사팀은 이 팀장을 상대로 지난해 김모 조정관에게 “중국 관리가 조회한 화면 출력본보다 증거로서 명확한 문서를 구해오라”고 지시했는지, 김 조정관으로부터 “새로 구한 문서가 위조된 것”이라는 보고를 받았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수사팀은 또 위조 문건을 증거로 제출한 당시 공소유지 담당 검사 등을 상대로 사전에 위조 여부를 인지했는지도 수사할 방침이다.

 수사팀은 위조 문건에도 영사확인서를 써 보내라는 본부 지휘라인의 지시를 이 영사가 거부하면서 그 이유를 적은 외교 전문을 선양총영사관 압수 수색에서 증거로 확보했다. 여기엔 “원본 출입국기록에 대해 영사확인서를 썼기 때문에 위조된 출입국기록 공문에 다시 확인서를 쓸 수는 없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외교 전문 송·수신 내역을 통해 이 영사에게 확인서를 독촉하는 과정에 국정원 간부가 개입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을 보는 중국 당국의 시선은 곱지 않다. 주한 중국대사관 영사부는 지난달 한국 법원에 보낸 공문에서 “검찰이 제출한 문건 3개는 모두 위조됐다”고 단호하게 밝혔다. 그 배경에 대해 검찰 고위 관계자는 19일 “중국이 지난달 재판부에 보낸 회신문에서 ‘형사피의자’라는 단어까지 쓰며 사실상 분노를 표시한 것은 한국 정보기관에 의해 출입국관리 시스템이 뚫렸음을 확인했기 때문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 공안부는 유씨 재판에 위조된 중국 공문서가 제출된 배경을 조사해 우리 국정원이 중국 관리를 통해 정부 전산기록을 빼간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안부는 허룽시 출입국관리 직원들도 조사, 유씨 기록 조회 화면을 출력해준 자국 관리를 찾아냈다고 한다. 수사팀은 18일 중국에 파견한 서울중앙지검 노정환 외사부장 등 사법공조단을 통해 중국 공안부로부터 전산망을 조회한 관리와 위조에 가담한 협조자 A씨의 신원 자료 등을 20일 넘겨받기로 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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