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이슈 … 박 대통령, 아베와 대화 물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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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정부가 한·미·일 정상회담에 참여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기운 것은 한·일 관계 개선을 바라는 미국의 입장과 3자회담의 의제가 북핵과 동북아 정세라는 점을 크게 고려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일본의 최근 태도가 한·일 양자회담까지 가기엔 충분치 않지만 다자회담 틀에서 일본과 만나는 것은 검토할 만한 ‘화해의 배경’을 조성하는 데엔 어느 정도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19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고노 담화 계승 발언을 비롯해 일본이 전에는 없었던, 하지 않았던 나름대로 성의 있는 언행을 한 것은 사실이다. 또 당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4월 말 방한하기로 예정돼 있는 상황 등이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미·일 외교 당국 사이에선 의제 조율 등 정상회담을 전제로 여러 시나리오에 대비해 회의 일정과 각 정상들의 스케줄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한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정부가 한·미·일 정상회담에 긍정적인 데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를 활용해 열린다는 점도 감안됐을 것으로 보인다. 의제가 북핵 문제와 동북아 정세라면 핵 안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참석한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한·미·일 정상이 함께 자리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취임 이후 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에 단호한 입장을 보여온 박근혜 대통령이 회담 참여를 긍정 검토할 수 있었던 것은 장소와 의제가 부담을 덜어 준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일본은 정부의 외교 목표인 ‘통일에 우호적인 국제환경 조성’과 관련해 핵심 상대국이기 때문에 계속 대립각을 세울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최근 북·일 간 대화가 활발해지는 기류를 띠고 있는 것 역시 우리로서는 부담이 됐을 수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철저하게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우리로선 국내외의 여론도 면밀히 파악해야 하고 국제적으론 한국이 3자회담마저 뿌리친다면 너무 고집불통이라는 분위기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적으로도 일본과 양자회담에서 마주 앉을 필요는 없지만 미국을 끼고 일단 대화는 다시 시작해놓을 필요는 있다는 여론이 나오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한·미·일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북핵과 동북아 정세가 회의 테이블의 주요 의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개발, 장성택 처형에 따른 북한 정세를 점검하고 6자회담 재개 등에 대한 각국의 입장을 조율하는 자리가 될 것이란 예상이 많다. 3자회담이 성사되더라도 상대적으로 회담 시간이 짧고 의제도 한정되기 때문에 한·일 간 갈등 현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오랫동안 경색됐던 한·일 관계가 반대 방향으로 전환하는 상징적인 계기는 마련할 수 있을 듯하다.

 한편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한·미·일이 핵안보정상회의 기간 3자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에 대해 최종 조율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 측이 3자 회담을 수용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지만 ‘역사 문제의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회담은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강해 미국과 일본 정부가 막바지 설득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용호·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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