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사기·밀어내기 집단소송 길 열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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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주가 조작 등에 한정됐던 집단소송 대상을 금융상품 불법 판매와 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로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이 경우 동양그룹의 기업어음(CP) 사기 사건이나 남양유업의 대리점 ‘밀어내기’ 등도 집단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재계는 “악의적 집단소송으로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법무부 산하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개정위원회는 이달 초 집단소송법 개정안을 마련해 법무부에 제출했다.

 개정위가 마련한 안에 따르면 우선 현재의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은 ‘금융투자상품 및 공정거래 집단소송법’으로 이름이 바뀐다. 현행 집단소송법은 상장 기업들의 명확히 잘못된 행위가 적발될 때만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다. 예컨대 시세 조종을 통한 주가 조작 등이다. 그러나 개정안은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불법·불완전 판매 등에 대해서도 집단소송이 가능하게 했다. 이 안이 확정되면 동양그룹이나 LIG그룹의 CP 사태나 키코(KIKO) 사태 피해자들에게 집단소송의 길이 열린다.

 개정안은 또 가격이나 입찰 담합 등 불공정거래 행위로 기업이 처벌을 받으면 피해자가 집단소송을 낼 수 있도록 했다. 공공 입찰에서 담합이 드러난 기업들이 표적이 될 수 있다.

 법무부는 “개정위 안이 정부안으로 확정된 것 아니다”라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중대한 담합 행위에 대한 집단소송제 도입을 공약한 바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공청회를 열어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유관 부처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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