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인비」의 역사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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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널드·조셉·토인비」는 낙관주의와 진보사관이 지배하고 「팍스·브리태니커」의 번영을 구가하고있던 이른바 「빅토리아」시대에 태어났다. 그의 부친은 의사이고 어머니는 인문교양이 높은 역사학도이었다. 그의 삼촌 「아널드·토인비」는 『영국산업혁명사』의 저자이었다. 삼촌가운데는 상선을 타고 세계각지를 돌아다니는 「파일러트」가 있었다.
「토인비」는 어렸을 때 이 「파일러트」에게서 들은 흥미진진한 여행담에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이러한 가정환경과 역사적 배경은 그에게 일찍부터 국민 국가를 초월한 「세계」 민족을 넘어선 「인류」에 대한 관심을 마음깊이 배태하게 하였다.
그는 인류의 역사 전체를 연구의 대상으로 하는 그의 주저 『역사의 연구』(12권)를 필생의 사업으로 완성했다. 역사시대의 인류문화 전체를 20여의 「문명」으로 파악하고 그 「제문명」의 문화적 동질성에 입각한 비교연구를 통해 거기 일관되어있는 「역사의 법칙」을 제시하였다.
그 연구의 웅대함과 함께 그의 연구방법이 아주 특이하다. 19세기적 사실위주 내지 실증주의적 사풍의 영향을 아직까지 강하게 받고있는 이른바 전문적 역사학자에게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그런 방법이다.
모든 문명은 발생·성장·쇠퇴·해체의 적정을 밟아서 결국 멸망하였으나 낡은 문명의 멸망은 새 문명의 씨앗을 배태한다. 그런 문명의 부자관계의 세대는 가장 오래된 것도 3세대밖에 안된다. 그리고 이 3세대의 연속을 통하여 분명해진 것은 역사에 있어서 「문명」이 궁극적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명은 수단에 불과하고 그 수단을 통하여 끊임없이 전진하는 것은 「창조적 인간정신」곧 종교다.
그러므로 「토인비」는 그 방대한 연구의 결론으로 역사는 요컨대 「신과 인간과의 조우」의 과정이라고 한다. 현대세계를 「서구화해가고 있는 세계」라고 표현하는 「토인비」는 「현대문명의 최대의 위기를 탈종교」라고 지적한다. 과거의 거의 모든 문명을 멸망으로 이끌고 갔던 「전쟁과 계급전」은 현대문명을 또 다시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신을 인류사회의 성원으로 포함하는 고차의 사회를 만들기만 하면 인류와 그 문명을 멸망에서 구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명식(서양사·경희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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