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CEO] 아디다스 하이너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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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운동장을 누비던 선수들의 발끝엔 아디다스의 월드컵 공식 축구공인 피버노바가 있었다.

피버노바는 세계인들에게 아디다스를 다시 한번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데이비스 베컴.지네딘 지단 등 최고의 축구 선수들이 입고 있던 유니폼에도 아디다스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아디다스는 월드컵을 계기로 치열한 스포츠 마케팅 경쟁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두며 업계의 선두자리를 지켰다.

아디다스사는 2003년 중국 여자축구 월드컵,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도 공식 후원사로서 활발한 스포츠 마케팅을 펼칠 예정이다.

아디다스 헤르베르트 하이너(49)회장은 지난 20일 한국을 찾았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겨냥한 아디다스의 신기술 '클라이마쿨'에 대한 설명회를 열기 위해서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때마침 미국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전 개전을 공식 선포한 날이기도 했다.

기자회견이 열리기 전 하이너 회장을 따로 만나 최근 아디다스-샐러먼 그룹이 역점을 두어 추진하는 스포츠 마케팅과 스포츠용품 업계의 전망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디다스가 개발한 클라이마쿨은 어떤 기술인가.

"열과 땀을 배출하는 기존 신발의 문제점을 최소화했다. 신발의 3백60도 전 방향에 통풍이 가능한 공기 순환 시스템을 도입했다. 내부 실험 결과 일반적인 러닝화에 비해 통풍성과 쾌적성이 32% 향상됐다. 발에 생길 수 있는 물집과 피부 질환도 줄일 수 있다. 클라이마쿨이 적용된 러닝화.농구화.테니스화.등산화 제품이 올해 한국에도 선보일 것이다."

-지난해 한.일 월드컵에서 아디다스가 거둔 성과는.

"한.일 월드컵의 성과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컸다. 전세계 44억 인구가 월드컵을 즐겼으며 월드컵 기간 동안 누구나 아디다스 브랜드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아디다스가 제작한 월드컵 공식구 피버노바는 전세계에서 6백만개 이상 판매됐고, 1천5백만여벌의 '레프리카' 유니폼과 50만여개의 '프레데터 매니어' 축구화를 판매했다. 그룹 전체의 매출성장률도 지난 4년간을 통틀어 가장 높았다. 매출은 전년 대비 7% 이상 성장했으며 순익은 10% 이상 신장했다."

-아디다스는 대형 스포츠 행사와 스포츠 선수들을 매우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 배경은.

"아디다스의 주요 발전 전략 중 하나는 지속적으로 브랜드의 인지도를 강화하고 이미지를 높이는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매출의 12.6%를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스포츠 행사는 효과적인 마케팅 현장이다.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은 스타 플레이어를 활용한 스타 마케팅이다. 스포츠 마케팅 부서를 따로 운영하면서 후원 선수를 물색하고 현재 계약 중인 선수들을 관리한다.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지네딘 지단, 농구선수 트레이시 맥그래디, 테니스 선수 마르티나 힝기스.안나 쿠르니코바, 골프 선수 세르지오 가르시아 등이 아디다스와 계약을 하고 있다. 이들은 현실 속에서 살아 움직이며 브랜드를 알린다. 이들은 젊음의 상징이며 동시에 아디다스 홍보대사다."

-아디다스가 추구하는 브랜드 이미지는 무엇인가.

"아디다스의 기업 슬로건은 '세계 스포츠용품 회사 중에서 선두적인 브랜드가 되자(Leading Sports Brand in the World)'다. 이를 위해 혁신적인 디자인과 첨단 기능을 개발하는데 끊임없이 투자한다. 아디다스는 매년 최소 한가지 이상의 신기술을 발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또 아디다스는 모든 소비자들을 충족시키는 브랜드를 목표로 한다. 프로 선수용 제품인 '스포츠 퍼포먼스', 매니어층을 겨냥한 '스포츠 헤리티지', 일반인을 위한 '스포츠 스타일' 등의 제품군을 갖추고 다양한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계 1백70개국에 진출해 있는 인적 자원에 대한 관리는 어떻게 이뤄지나.

"아디다스는 전세계에 1만4천여명의 직원 모두에게 적합한 보상 시스템을 적용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직원들의 기량을 최대한 이끌어내고 최고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보상 시스템이 운영돼야 한다.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제 활성화가 대표적이다. 전직원의 20%가 이 혜택을 받는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중장기 보상 시스템인 스톡옵션제를 시작했다. 일과 가정을 양립하도록 하는 지원 업무도 확대하고 있다. 노사 간의 상호 신뢰에 바탕을 둔 플렉스 타임제가 그 한 예다. 2002년 1월엔 이 제도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공로로 독일의 비영리 단체인 헤리티재단으로부터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올해 아디다스의 사업 계획은.

"2003년은 아디다스에 매우 중요한 한해가 될 것이다. 유럽에서 1위 브랜드 위치를 확고히 하면서 3~5년 내에 미국의 시장 점유율을 20%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가장 빠른 성장 속도를 유지하는 게 목표다. 패션 사업 부문도 강화된다. 패션은 우리 브랜드가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분야로 꼽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 대한 전망은.

"아시아는 큰 잠재력을 가진 시장이다. 아시아 지역의 놀라운 성장세는 아디다스 그룹 전체의 성장 엔진 역할을 한다. 한국은 월드컵 이후 축구와 골프 분야에서 빠른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한국 시장의 매출은 세계 아디다스 시장 가운데 7위 규모다."

-전체 스포츠용품 업계를 전망한다면.

"낙관적인 전망은 내리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겨울 스포츠용품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후 온난화 영향으로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 눈의 양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경제 상황도 예측하기 어렵다. 불안정한 중동 지역 정세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면에 골프는 아시아와 유럽 지역에서 크게 성장하고 있어 다행이다. 여러 가지 불안한 요인이 있지만 스포츠는 영원하지 않은가. 지속적인 첨단 기술 개발과 소비자 요구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박혜민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choissie@joongang.co.kr>

*** 하이너 회장은

프로축구 선수 지낸 세일즈 전문가

헤르베르트 하이너 회장은 미국의 생활용품 제조업체인 프록터 앤드 갬블(P&G)을 거쳐 1987년 아디다스의 독일 하드웨어팀 세일즈 디렉터로 입사했다.

이후 독일 지역 세일즈 디렉터.독일 총괄 디렉터 등을 거쳤으며 1996년부터 아디다스 유럽.아프리카.중동 지역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2001년 로버트 루이스 드레퓨스의 뒤를 이어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했다. 그는 세일즈와 마케팅 분야의 전문가로 통한다. 이 분야에서 쌓은 오랜 경험 때문이다.

하이너 회장의 부임 이후 아디다스의 마케팅 부문이 더욱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축구광이기도 하다. 독일 3부 리그에서 선수로 활약한 경력도 있다. 요즘도 바쁜 일정을 쪼개 주말이면 두 자녀와 함께 축구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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