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비밀경찰의 위협이"|친족박해·친구체포등 술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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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방세계에서 얻은 남편의 명성이 없었더라면 지금까지 우리가족이 당하는 사회적매장, 모욕, 「러시아」국내 및 해외친구들로부터의 고립등 간접적인 박해보다 더한 직접적이며 물리적인 압박이 가해졌을 것입니다.』
소련의 반체제 핵물리학자이며 금년도「노벨」평화상수상자로 지명돼 화제가 되고있는 「사하로프」박사의 부인 「엘레나」여사는 최근 눈수술을 받기 위해 「이탈리아」「플로렌스」의 한 병원에 묵으면서 이렇게 토로했다.
소정부로서는 「사하로프」의 반체제 운동이 섣불리 건드릴 수 없는 골칫거리임은 분명하다. 그것은 「사하로프」가 소련사회에서는 드물게 보는 소수의 특권집단인 「소비에트」과학 「아카데미」에 속해있고, 그가 얻고 있는 국제적 명성은 중대한「스캔들」만 없다면 소련정부로서도 그의 행동을 마음대로 저지할 수 없을 만큼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
『만일「사하로프」가 아닌 다른 사람이 소련에서「사하로프」가 한 것과 같은 일의 1%만 했더라도 그는 벌써 체포됐을 것』이라고 「엘레나」는 말했다.
또 그녀는 『체포·고문·유형등 KGB의 전통적인 수법이 그대로 「사하로프」에게 적용되지 못한다 해도 KGB는 두가지 다른 방법으로 「사하로프」신변을 위협하고있다』고 폭로했다.
첫째는 그의 가족들의 고등교육·직장·사회적응등을 방해함으로써 소련사회로부터 고립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사하로프」의 사위 「에프렘」은 이전에는 「엔지니어」였지만 지금은 「모스크바」에서 상당히 떨어져있는 생선보급소에 가서 직장을 구할수 밖에 없었다.
둘째는 친구들과 협력자들을 체포하거나 투옥등의 방법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사하로프」처럼 보호를 받지 못한다. 지난해 「사하로프」와 절친한 두친구가 체포됐고, 이밖에도 직장에서 쫓겨나거나 「아파트」를 수색당한 사람들이 많다. 그녀는 이번에 눈수술을 위해 「이탈리아」로 출국하는 데에도 각종 위협과 방해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또 그녀는 「이탈리아」까지 와서 눈수술을 받지않을수 없었던 것은 KGB의 집요하고 교묘한 박해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8월8일 출국예정일에는 느닷없이 두살된 손자가 앓아 누워 출국을 l주일 연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손자를 진찰한 병원의사는 누군가 소량의 독약을 먹인 것 같다고 말하더라는 것. 두번째 출국일에도 「스톡홀름」에서 보내온 「위협」편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나중에 발신인인 「스웨덴」여행자에게 수소문해 본 결과 자기는 「러시아」에 남아있는 친척을 돌봐달라는 부탁편지를 썼을뿐 그따위 위협을 한적이 없었다고 말하더라는 것이다.
결국 이런 일은 그녀의 신경을 자극, 출국을 막으려는 KGB의 교묘한 술책이라고 토로했다.
한달정도의 회복기를 지낸뒤「모스크바」에 있는 가족들에게 다시 돌아갈 예정인 「엘레나」여사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반갑지만 우리의 생활이 그전의 생활과 달라지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런던·타임스」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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