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합병반대 독립선언서원본 발견…유인석 등 8천6백명 서명 록도 함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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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의 이 특수한 사정을 국제법에 의해 판단하고 정의와「휴머니티」원칙에 의해 행동하며 일본에 의한 한국합병을 반대할 것을 청하는 바입니다.』한-일 합병반대를 청원하기 위해 세계각국에 보낸 첫 항일독립선언서가 발견돼 독립운동사의 보완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다.
이 문서는 미「워싱턴」국립문서보관소에 소장된 것으로 윤병석씨(국사편찬위원회조사실장)의 논문『이상설 선생의 생애와 독립운동』(외솔회 발행『나라사랑』제20집)에서 밝혀진 것이다.
합병당시 이에 반대하기 위해「시베리아」와 간도의 한 교들이 결성한「성명회」의 주동「멤버」였던 이상설이 기초하고 유인석이 수정한 이 선언서에는 합병에 대한 한민족의 반대결의와 독립을 회복하기 위한 민족의 선언이 잘 표명되어 있다.
윤병석씨에 따르면 당초 이 문서는 노문·불문·중문으로 되어 있었으나 노문은 없어지고 중문선언서는 사본만이 강상원씨(충북 청주시 영동 87)가 보관중일뿐이며 원문이 소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 문서는 1910년 8월 26일 발송되어 두 달 후에 미국에 접수된 것으로 선언서의 내용은『한국 민은 일본과 투쟁하기 위하여 한국 민의 의무를 다할 것이며 한국 민의 역량과 수단을 모두 규합할 것이다. 이 목적을 위하여 우리는「성명 회」를 조직한다』라고 성명회의 목표를 밝히고 있다.
그들은 또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우리는 광복과 국권의 회복에 기필코 도달할 때까지 손에 무기를 들고 일본과 투쟁하기로 한 것이다』라고 밝힘으로써 무력투쟁의 비장한 결의까지도 보이고 있다.
선언문의 끝에는 한국 민을 총 대표하여 유인석이 서명하고 이어서 서명 록에는 8천6백24명이 서명하고 있어 당시「시베리아」·간도의 한 교들이 합병에 얼마나 반대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학계에서는 이 선언문의 발견으로 성명회의 활동상황과 노령에서의 독립운동상황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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