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 본 이조 때 한글소설 3편…내간체완 달리 적극 여인상 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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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홍연전』『매화전』『양소저전』등 3편의 이조시대 국문소설이 학계 최초로 발표되어 국문학계의 주목을 끌고있다.
지난 13일 건대 낙원동 교사에서 열렸던 국어국문학회 월례발표회에서 설성경 교수(한국고전문학·연대)는『나손서옥 소장의 희관본』을 논문으로 발표, 3소설이 처음 소개되는 한글소설이라고 밝혔다.
3소설은 이조 중기를 시대 배경으로 하고 있다. 『홍연전』은 숙종 때 경상도 상주에서 남 주인공 홍연과 여주인공 김소저의 연애를 주제로 하고있다. 이 소설은 여주인공 김소저가 홍연에게 정조를 바침으로써 홍연이 생명을 건진다는 전형적인 고대소설. 설 교수는 공상적인「플릇」을 지니고는 있으나 문장전체에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김소저의 말은 감동적이라고 한다.
『매화전』은 선조 때 경기도 장단지방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남녀의 연애사연. 남장을 하고 걸식하던 여주인공 매화가 장 정승의 마음에 들어 정승의 아들 양유와 같이 기식하며 공부를 하게 된다. 매화가 남자인줄만 알고 사랑을 못해 애태우던 양유는 결국에 매화가 여자인 것을 확인하자 결혼하여 행복하게 산다는「해피·엔딩」의 고대소설이다.
설 교수는 고대소설 중에서는 이색적으로 남녀의 심리묘사를 재미있게 하고 있어 이색적이라고 밝혔다.
끝으로『양소저전』도 역시 걸식하던 여주인공 일점과 남주인공 원실이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성공하고 훌륭한 내조로 남편이 장원급제한다는「해피·엔딩」의「스토리」.
설 교수는 3작품에 대해 구성의 비약적 전개, 권선징악, 「해피·엔딩」등 전형적인 고대소설이나 억압받고 있고 생활이 제한되어 있던 이조의 여인들이 제한된 꿈을 남장이라든가 과거시험을 봄으로써 해결하려고 하는 적극적 여인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국문학계에서는 3소설에 대해 소재와 내용이 이제까지 발견됐던 내간체 소설과는 상이하다고 동의하면서 앞으로도 이런 류의 소설이 계속 발견됨으로써 국문학에 대한 전통을 찾아야된다고 말하고 있다. <주:희관본=희귀하게 보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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