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가족화하는 한국가족|최신덕교수논문 『사회변천과 한국가족』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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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가족은 혈연중심에서 부부중심으로 가족의 가치도 가족적·유교적 전통에서 개인주의적·평화적인 방향으로 바뀌고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최근 최신덕교수(이대 사회학과)의 학위논문 『사회변천과 한국가족』에서 다루어졌다. 한국가족의 변천상을 이 논문을 통해 알아본다.
▲가족은 인간의 모든 사회제도의 기본단위가 된다. 인간의 사회화는 가족을 통해서다.
모든 사회는 지역·문화·시대에 따라 사회제도를 달리한다. 사회의 다양화는 인간의 모든 행동기준을 마련해주는 가족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모든 사회는 변화된 조건에 부닥칠 때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한다. 가족제도도 그 같은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다.
이런 몇가지 가정을 놓고 보면 오늘의 한국가족은 첫째 전통적인 가부장제 대가족에서 가부장권이 대폭 줄어들었다. 가족의 목표도 「행복」 위주로 변했다. 그러나 아직도 전통적인 「가」의 영속관념은 대다수 한국인에게 집요하게 남아있다.
또한 재래의 가족관계의 핵이었던 부자관계중심은 부부중심으로 바뀌었다. 부부관계는 역할보다 애정을 우위에 두며 민주·평등적 역할수행으로 향하고있다. 부부관계가 민주적 경향을 띠면서 이혼율이 점차 상승, 최근에는 0·3%에 이르나 미국에 비하면 8분의 1정도다.
한편 친자관계는 순종사상이 이완되었다. 결혼 후에는 분가가 대부분이며 부모의 노후에도 별거하며 부양하는 것이 좋겠다는 편으로 기울고 있다.
여성의 지위는 가정에서는 평등한 위치에 있는 주부로 법적 개선을 보았다. 또한 산아제한에 의해 임신 및 자녀양육 기간이 단축되었다. 따라서 기혼여성의 사회진출도 늘어날 전망이다.
가족의 구조는 가족계획실시 이후 감소일로. 70년 현재 5.37인이 평균이었고 그 구성은 전국적으로 2대가족이 71%. 서울의 전체의 80%가 핵가족화했다.
이와 같은 한국가족의 현황을 미국가족의 변화양상과 비교하면 비슷한 점이 없지 않다. 두 가족형 다같이 혈연중심에서 부부중심으로 향하고 있으며 한국의 현재 변화양상은 19세기 미국의 경우와 비슷하다.
두 문화가 보이는 차이는 각기의 가족제도의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한국가족의 문화적 특이성은 주로 「가」의 영속개념과 유교적 사상 및 가치관으로 집약될 수 있다. 그리고 이 같은 고유한 문화의 특이성이 변천단계에서 빚어지는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다. 노후의 부모부양 문제, 이혼율의 상승경향, 부모자녀간의 갈등, 새로운 주부의 역할문제, 자녀방임문제 등이다.
그러면 이 같은 제 문제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방편은 무엇일까. 우선 결혼한 자녀와 부모가 피차 독립한 핵가족으로 살되 가까운 거리에 거주하며 부모와의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증대하는 핵가족의 폐단을 막기 위해 「내 것」이라는 집착을 떠난 협업 공동체적, 보다 큰 테두리의 「게마인샤프트」(Gemeinschaft)적인 가족유형 등을 연구,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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