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쇼크」의 희생자 비산유 개발도상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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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일·쇼크」로 가장 타격을 받은 것은 산유국의 자원민족주의를 적극 지원했던 제3세계의 개발도상국들이다.
선진공업국의 경우, 74년 중의 무역수지적자가 3백30억「달러」가량 되었으나 75년에는 이것이 1백억「달러」정도로 축소될 전망이다. 하지만 비산유 개발도상국들의 국제수지적자는 갈수록 태산인 것이다.
최근 세은 보고에 의하면 비산유 개도국의 세계무역 비중은 65년도에 18.7%이던 것이 70년에는 15.5%, 작년에는 14.3%로 계속 줄어들었다.
반면 석유수출국의 비중은 70년의 6.3%에서 74년에는 16.8%로 10.5「포인트」나 뛴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74년 중 세계무역은 금액기준으로 45%가 증가했는데 세은이 분석한 바에 의하면 이 가운데 18%가 원유가 인상분이었고, 13.5%는 공산품가격인장을 반영한 것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석유수출국과 공업선진국은 제각기 비산유 개도국을 뜯어먹은 셈인 것이다.
74년도 중 비산유 개도국이 겪은 수난 내용을 좀더 구체적으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원유가5배 인상에 따른 추가부담이 85억 「달러」였다.
또 OECD가 최근 발표한 바에 의하면 선진국 「그룹」이 원유적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산유 개도국으로부터 수입 절감한 것이 55억「달러」에 달했다.
다시 말해서 작년 한해동안 비산유 개도국은 도합 1백40억「달러」를「오일」파동 때문에 손해본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올 들어 선진국 「그룹」이 인색을 떨자 한층 심해지고 있다. 미·일·EEC(구주공동시장) 제국 등은 비산유 개도국에서 수출하는 양말·「와이샤스」등에 대해 가차없이「세이프·가드」를 발동했기 때문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어림으로는 비산유 개도국의 올 무역적자가 최선의 경우 3백35억「달러」, 최악의 경우에는 4백2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 한다.
작년에 2백60억「달러」의 적자를 내었을 때는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개도국의 정부관리와 중앙은행임원들이 빚 얻기 경쟁으로 법석을 떨었는데 적자폭이 4백억「달러」선에 이르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기가 찰 노릇이다.
비산유 개도국이 재난을 피하는 길은 수출증대나 수입축소밖에 없다. 그러나 수출중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선진국 「그룹」이 한대에 몇백만 「달러」씩 하는 전투기나 기계설비는 팔아먹으면서도 한 개. 2∼3「달러」짜리 「와이샤스」나 운동화는 한사코 안 사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74년 중 비산유 개도국의 수출은 물량「베이스」로 따져 전년보다 오히려 2%가 줄었다.
선진국 「그룹」은 개도국의 물건을 안 사줄 뿐만 아니라 제 값도 안 준다. 세은에 의하면 40개 비산유 개도국의 교역조건을 조사해본 결과 73∼75년 초 사이에 무려 15%나 저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니까 비산유 개도국에 남은 길은 오직 하나뿐이다. 국가파산을 면하고싶으면 수입을 억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선 당장이야 외국에서 빚을 내어 꾸려 나갈 수도 있겠지만 무역적자란 언젠가는 갚아야하는 빚이다. 작년의 경우 비산유 개도국은 총 3백40억「달러」의 빚을 내었다.
이것은 70∼73년간 연평균 1백85억「달러」씩 꾸어가던 때에 비하면 거의 2배나 되는 액수다.
그러나 작년에는 그럭저럭 빚을 낼 수 있었을지 몰라도 앞으로는 빚 얻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세은의 계산으로는 비산유 개도국의 빛은 74년 말 현재 8백50억「달러」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80년에는 2천억「달러」가 될 것이라 한다. 이것은 사실상 세계경제의 파멸을 의미한다. 그만한 빚을 조달할만한 재원이 없으므로 비산유 개도국의 국가파산이 불가피하고 이들의 파산은 세계무역의 급감 및 선진국「그룹」의 공황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유국과 선진「그룹」은 지구촌의 경제가 이미 근린궁핍화를 불가피하게 만들 정도로 일체화되었음을 직시, 궁지에 몰린 비산유 개도국과 공영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영 이코너미스트="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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