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은 갈등…개방과 전통의 성 「모럴」|한국인의 의식-광복 30주년 맞아 본사서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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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마음 터놓을 상대>가족 속으로만 열린 문
학교 동창이나, 직장 동료보다는 가족이 더 흉금을 터놓는 사이 같다.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상대는 ①부모 혹은 자식 ②형제 ③학교 친구 ④직장 동료 ⑤은사 흑은 선배의 순으로 집계됐다.
20대까지는 흉금을 터놓을 상대를 학교 친구 중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30대 이후는 가족 중심.
여자 쪽이 부모 다음으로 학교 동창 중에서 상대를 많이 찾은 것은 색다르다.
그러나 주변에서 마음을 털어놓고 얘기할 상대가 적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상대가 많다는 것이 16%인데 반해 ▲아주 드물다 30% ▲없다가 6%.
응답 중 가장 높은 비중은 ▲조금 밖에 없다 (42%)는 것. 세대와 지역·성별 차이가 별로 없이 속에 있는 얘기를 나눌 상대가 적다는 것은 개인주의·가족주의 문화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불신」이라는 사회적 현상의 단면이기도 하다. 사회에 대한 표현 문제 (설문 3)에서 「불평등」이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회적 부조리의 근저를 말하는 것이며 노장파보다 20대에서 「빽」의 작용과 관권의 영향을 많이 지적한 것은 새로운 세대에 비친 사회상이 어떤 것인가를 시사한다.

<불안감은 얼마나>전쟁과 물가가 큰 요인
인지 사건·북괴 땅굴 등의 영향인 전쟁에 대한 의식이 두드러지기 나타났다.
금년 화제의 「톱」이 「남침·전쟁」으로 부각됐고 우리 사회를 「위기」로 보는 견해도 비중이 크다.
『우리 사회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하는 설문에 「번영」 「불공평」에 이어 「위기」가 세번째 순위.
올해 화제에 대한 물음에 40대까지가 전쟁과 남침을 1위로 지지한데 비해 50대 이후는 물가를 지시해 대조를 보였다. 이것은 가장들이 생활 문제에 더 심각히 직면하고 있음을 나타낸 것.
『세상이 어떻게 살아가느냐』는 요즘의 인사말이 지닌 의미에 대해 60%가 『무엇인가 불안하기 때문일 것이다.』 고 응답, 사회 저번에 깔려 있는 불안 의식을 말해 주고 있다.
인지 「쇼크」 는 『월남과 「크메르」가 공산화된 「뉴스」를 듣고 우리 나라와 관련해서 느껴진 것은』이란 설문에서 잘 나타나 있다.
55%가 『우리 나라에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불행한 일』이라고 응답한대 비해 『우리 나라와는 전혀 사정이 다른 일』에는 15%.

<「마이·홈」주의>가정파 되려고 노력 중
핵가족 제도화에 따라 가정 중심의 경향이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다.
시간을 보내는 문제에서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리려 노력하고 있다 (36%) ▲「마이·홈」주의에 절대 찬성이다 (19%)가 응답자의 반수 이상.
이에 비해 가정 밖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은 27%에 불과하다.
「마이·홈」주의는 30대 이하와 60대에서 뚜렷하고 『가정 밖에서 친구 등과 어울리는 시간이 지금 정도면 좋다』는 40, 50대에 많다.
1주일 동안의 연휴가 생기는 경우 ▲여행 (24%) 다음으로 ▲집에서 쉬거나 독서를 하겠다 (21%) ▲밀린 일을 처리하겠다 (19%) 는 응답이 많은 것도 가정 지향성.
여자가 남자보다 여행을 훨씬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흥미로운 일.
1백명 등 남자는 21명이, 여자는 31명이 여행과 이에 반해 집에서 쉬기를 바라는 것은 남자 쪽. 남자 23%, 여자 19%가 연휴 중 집에서 푹 쉬기를 바랐다.
지역별로는 대도시가 여행을, 중소도시가 집에서 쉬기를, 농어촌이 밀린 일 처리와 돈벌이를 희망.

<내게 절실한 것은>건강·교육·안정의 순
절실한 문제가 ⓛ건강 ②자녀 교육 ③가족의 장래 안전 ④생계 유지 ⑤부모·자식의 부양 순으로 나타난 것은 공해·의료·교육이 오늘의 중요한 사회 문제임을 제시했다.
치안·해외·도시 진출·종교·여자에 대한 문제 등은 뒷 순으로 처져 있다.
▲가족의 장래 안전 ▲생계 유지▲부모 등의 부양 ▲돈벌이 등이 다음 순위인 것은 생활안정의 갈구라고 해석된다.
세대별로는 20대와 60대가 건강 문제를 가장 절실한 것으로 보았고 30∼50대는 자녀의 교육 문제를 더 급박한 것으로 지적했다.
성별로는 남자가 ⓛ교육 ②건강 ③가족의 장래 안전 순이고 여자는 ⓛ건강 ②가족의 장래안전 ③교육의 순을 보여 남녀간에 순위 차는 있으나 3대 절실한 문제에는 이견이 없다.
지역별로도 거의 같은 양상.
여가와 「레저」를 갖는 문제, 해외 진출, 여자에 대한 문제 등이 뒤로 처진 것은 그만큼 현실적 사고 방식을 반영했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북괴의 남침·전쟁에 대한·화제가 많으면서도 해외 진출에 큰 관심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건실성으로 평가 할 수 있으며 위장 이민에 대한 비판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1백만원이 갑자기 생긴다면 『교육비에 쓰겠다』는 응답이 가장 많은 것을 봐도 교육비의 부담이 얼마나 큰 문제인가를 설명해 준다.

<성 「모럴」 반성을>지역·남녀별로 심한 착종
남녀 문제·성「모럴」의 문제는 해방 후 전통적인 도덕 관념과 새로운 풍조의 접촉 융화 과정에서 가장 심한 갈등을 드러낸 것으로 아직도 이 같은 갈등이 충분히 해소되지 못한 채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선 현재 우리 나라 남녀간의 성 문제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전체적인 의견은 『다소 문란한 감이 있어 반성해야 한다』는 것으로 집약되고 있다.
또 애인처럼 보이는 남녀가 팔짱을 끼고 길을 걸어가는 것을 볼 때 느끼는 것도 『대로상에서는 삼갔으면 한다』는 의견이 전체적으로 가장 많아 아직도 전통적인 「모럴」이 「미풍」임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같은 문제를 두고 연령별·성별·지역별로는 다른 설문에 비해 반응 차가 가장 심해 성「모럴」이 사회적 갈등을 겪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의 남녀간 성 문제를 어떻게 보느냐에 대해 30대 이후는 대체로 『너무 문란하다』든가 『다소 문란한 감이 있어 반성해야 한다』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고 해방이후 출생한 20대에서는 부정적 반응이 48·6%를 차지한데 반해 『시대의 풍조로 보아 어쩔 수 없다』든가 『다소 문란한 감이 있으나 떠들 것은 못된다』 혹은 『더욱 개방적이어야 한다』는 등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는 견해가 49·2%로 전자를 오히려 앞지르고 있다.
지역별로는 대도시나 중소도시·농촌이 모두 부정적 반응이 우세하지만 대도시의 경우 현재의 성「모럴」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의견이 44·1%를 차지하는데 반해 농어촌의 경우는 31·6%에 불과, 지역간에 거리가 있음을 드러낸다.
남성과 여성의 의식 차는 더욱 주목할만하다. 남성이나 여성이나 모두 현재의 성 문제가 다소 문란하므로 반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은데는 다름이 없지만 남성보다는 여성 쪽이 다소 개방적이다.
남성은 현재의 성「모럴」을 부정적으로 본 견해가 60·5%, 긍정적으로 본 견해가 38·2%인데 비해 여성측은 부정적 견해가 56·1%, 긍정적 견해가 39·3%였다.
이 같은 경향은 남녀가 팔을 끼고 걷는 것을 보는 눈에도 나타나고 있는데 『대로상에서는 삼갔으면 좋겠다』든가 『보기 흉하다』는 등 부정적 의견이 남자의 경우 전체 응답자의 58·3%에 달했으나 여성의 경우 53·4%에 그쳤다.
팔을 끼고 걷는 것에 대해서도 20대에서는 찬성이 많은 (55·4%) 반면 30대 이후에는 나이가 많을수록 반대가 많으며 지역간에도 대도시에서는 찬성 (53·9%)이 많은데 비해 농촌으로 갈수록 보수적 경향을 보여 연령별·지역별로 「모럴」이 정립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돈·돈·돈…>생활인의 절규가…
「돈」에 대한 설문에서 ▲자식과 장래를 위해 더 벌어야 하는 것이 36% ▲돈으로 안 되는 것이 없다 16% ▲돈으로 살수 없는 것도 있다가 15%이고 ▲돈은 돌고 도는 것이란 사고가 그 다음 순위 (12%).
20대 이하에서 『돈으로 안 되는 것 없다』는 응답이 많은 것은 (2위) 젊은 세대의 배금주의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30대 이후가 『돈은 벌어야 하는 것』이라는 강한 의지를 보인것은 생활인으로서의 절규라 할까.
『만일 1백만원이 뜻밖에 생긴다면 무엇에 쓰겠는가』에 대해 ▲교육비에 쓴다와 ▲쓸데가 너무 많아 나누어 써야겠다가 가장 많고 ▲땅을 산다 ▲생활비로 쓰겠나 ▲은행에 맡겨 이자를 받아 쓴다가 다음 순위를 차지한다.
여기에서 땅이나 금을 사고 은행에 맡겨 이자를 받는다는 것이 전 응답자의 29%를 차지하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50대 이상에서 땅을 사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 도시 지역보다 농어촌에서 땅을 사고자 하는 사람이 더 많다. 젊은 층이 여행을 많이 하고 싶어하고 『쓸데가 많아 나누어 써야겠다』는 것은 여자에서 많다.

<여권 전선에 이상>20대서 마지못한 호응
올해는 여성의 해.
그러나 여권 제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30%나 된다. 관심을 표명한 가운데는 『여권이 더 신장돼야 한다』는 쪽이 많다.
『별로 관심이 없다』와 『더 신장되지 않아도 된다』는 대답을 합하면 여권 신장을 역설하는 소리 보다 여권 신장에 소극적인 의견이 더 많은 셈이다.
결국 여권 신장 문제는 세계적인 물결을 타고 우리 나라에서도 상당히 거론되고 있으나 그 달성에는 적지 않은 사회적 저항을 헤쳐나가야 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여권 신장 문제에 관해 적극적인 것은 역시 당사자인 여성 조사에 응한 남성 중 적극적으로 여권 신장의 필요성을 인정한 사람이 25·5% (관심 없다 36·9%, 더 신장되지 않아도 된다 31·10%)에 그친데 반해 여성 중 61·7%가 여권 신장의 필요성을 주장.
그러나 여성 응답자 중 20·9%는 관심 없다는 응답을, 10·9%는 더 신장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을 나타내 여권 전선에 이상이 있음을 나타내기도 했다.
여권 문제에 대한 부동적 의식은 나이가 많을수록, 그리고 농촌으로 갈수록 심한데 20대에서는 여권 신장이 필요하다는 견해 (47·9%)가 『관심 없다』 혹은 『더 신장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을 합한 것 (46·8%)보다 많은데 비해 30대 이후부터는 소극적인 견해가 압도적으로 많아진다. 여권이 신장되는 경우 어느 분야에서 신장돼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첫째가 사회 활동 분야에서, 둘째가 가정에서, 세째가 교육면에서, 네째가 직장에서, 그리고 다섯째가 상주 제도에서 개선되기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나 상속 같은 법률적 보상보다 여성의 활동을 받아들이도록 사회의 인식이 고쳐지기를 기대하는 경향을 드러냈다.
이 같은 경향은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여 농촌 응답자들은 대도시보다 교육면이나 가정에서의 여권 신장을 상대적으로 더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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