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요커들에게 우리 전통 옷 알린 박물관 문 닫았죠, 형편 안 돼서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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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10년간 뉴욕 맨해튼 한인타운을 지켜 온 이영희한국문화박물관이 지난달 말 문을 닫았다. 이영희(78·사진) 한복디자이너가 손수 모아 온 ‘한복 교과서’들과 손수 제작한 전통 옷들이 전시됐던 곳이다. 이씨는 파리 오트쿠튀르 패션쇼 등에 참석하는 등 세계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해 왔다. 지난달 21일 이 박물관에서 일반인 대상으로 열린 마지막 공개행사에서 이씨를 만났다.

 - 박물관을 갑자기 닫게 됐는데.

 “할 만큼 했다. 10년 사이 집 두 채가 (운영비로) 날아갔다. 한 달 임대료가 5000~6000달러(약 540만~640만원)인데, 1년에 기부금으로 들어오는 돈이 한 달 임대료도 안 됐다.”

 - 박물관을 차리게 된 계기는.

 “2000년 여기서 패션쇼를 하고 결심했다. 당시 카네기홀의 2800석이 꽉 찼다. 내가 행복하니까 했다. 꼭 미친 여자 같았다. 신나서 좋아서 했다. 사실 내가 박물관을 하려고 그 많은 것들을 모은 건 아니었다. 그저 색깔 공부가 되니까, 바느질 법도 보고 옷감도 보고 하려던 것이다. 그 자체가 선생이었다. 그래서 이것저것 모았던 거다. 나는 한복에 드는 돈은 집을 팔든 뭘 하든 하나도 아깝지 않다.”

 - 박물관 소장품은 다 어디로 가나.

 “경주에 약 990㎡(300평)짜리 공간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 왜 경주를 선택한 건지.

 “이 박물관을 차릴 때 경주에 있던 약 1650㎡(500평) 집을 팔았다. 이렇게 다시 경주로 간다고 하니 참 이상하고도 특별한 인연이다. 외국인들, 특히 연구자와 예술가들이 경주를 꼭 보고 가니까 그곳이 좋다고 생각했다.”

 이씨는 박물관이 문을 닫아도 뉴저지주에 따로 한복점을 차린다고 했다. 그는 “이 박물관이 영원히 없어지는 게 아니다. 약속한다. 기회를 봐서 작게라도 꼭 다시 뉴욕에 박물관을 차리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별에서 온 그대’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배우 전지현의 시외조모다. 전씨 남편 최준혁씨의 외할머니인 셈이다.

뉴욕중앙일보 이주사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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