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산책] 무대로 간 카우보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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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에서는 영화를 각색한 뮤지컬이 무대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요즘엔 1980년 존 트래볼타가 주연한 영화 '도시의 카우보이'(원제:Urban Cowboy)가 동명의 뮤지컬로 제작돼 브로드허스트 극장에서 프리뷰 공연 중이다.

존 트래볼타는 뮤지컬과 인연이 깊다. 그가 출연한 영화 '그리스'와 '토요일밤의 열기'에 이어 '도시의 카우보이' 세편 모두 동명 뮤지컬이 나왔으니 말이다. (참고로 '그리스'는 뮤지컬이 영화로 제작된 경우다.)

뮤지컬 '도시의 카우보이'는 청춘물이라는 점에서 다른 두 작품과 주제는 비슷하다. 하지만 일반적인 브로드웨이 작품과는 다르게 컨트리 음악을 사용했다.

대본 작업에 3년이 걸릴 정도로 공을 들였고 수개월의 트라이아웃 공연 끝에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전쟁으로 부시 대통령에 대한 찬반양론이 격화된 지금 그의 고향인 텍사스의 상징인 카우보이와 컨트리 음악을 전면에 내세웠다니 참으로 묘한 타이밍이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텍사스의 시골 청년 버드는 돈을 벌기 위해 대도시인 휴스턴에 간다. 그는 전형적인 웨스턴 클럽에서 만난 씨씨와 결혼한다. 사소한 다툼 끝에 두사람은 별거에 들어간다.

하지만 버드는 기계 로데오(Mechanical Bull) 대회를 통해 씨씨의 진심을 확인한 후 다시 합친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에서 진짜 카우보이는 보이지 않는다. 주인공 버드는 부츠를 신고 카우보이 모자 차림으로 다니지만 실제로는 제철소 노동자다. 그러면서도 진짜 카우보이의 정신에 대해 끊임없이 얘기한다. 오늘날의 미국을 개척한 것이 총을 든 카우보이란 사실을 일깨우려는 것일까?

이 작품의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 브로드웨이에선 흔하지 않은 소재여서 참신하긴 하지만 단순한 캐릭터와 구태의연한 줄거리는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결국 극장 나들이에 대체적으로 인색한 컨트리 팬과 이라크전 특수에 따른 보수층이 얼마나 많이 찾아오느냐가 성공의 관건인 듯하다.

조용신 뮤지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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